기성복 엉터리「취급표시」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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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성복에 부착된 취급표시가 잘못돼 있거나 성질이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등 의류제조업체의 잘못으로 인한 세탁피해가 늘고있다.
한국세탁업협회 중앙회 사고세탁물 분쟁조정위원회심의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햇동안 각 소비자단체에 접수된 서울시 세탁물사고는 2천13건으로 이중 ▲세탁업자 과실이 37% ▲소비자 과실 23% ▲제조업자 과실 17% ▲공동과실이 9%로 나타났다. 특히 원천적 잘못으로 세탁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제조업자의 과실은 87년 13.5%에서 88년 17%, 89년 1∼3월 현재 18.7%로 날이 갈수록 늘고있다.
제조업체 과실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세탁방법이 적혀있는 취급표시가 잘못돼 있는것.
마 1백%로 된 의류의 경우 예외없이 「드라이 클리닝」표시를 하고 있으나 흰색 마제품의 경우 계속드라이 클리닝을 하면 형광염료가 빠져 흰색 색상을 살려주지 못할 뿐아니라 땀으로 인한 염분도 제거되지 못한채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이 염분은 피부에서 배출되는 지방산과 반응을 일으켜 탈색·변색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
따라서 흰색 마의류는 1∼2번 드라이클리닝후 가벼운 손세탁을 하는 것이 바른세탁법이라고 홍완표심의위원은 지적했다.
또 솔벤트로 불리는 석유계 드라이 클리닝과 퍼크로 에틸렌 드라이 클리닝이 서로 차이가 있으나 단순히 「드라이 클리닝」으로 표현, 밤색이 녹색으로 변해 버린다든가 하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서울YWCA 사회문제부 최승숙씨는 말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세탁물 사고의 원인. 최근에도 유명디자이너인 L씨의 흰색 순면 원피스에 검정색 가죽으로 바이어스 처리를 한 B제품이 세탁후 빛깔이 다른부분으로 번지는 현상이 일어나 68만원이라는 고가가 무색해졌다.
불량소재도 세탁사고를 일으키는 원인. 심의위원회 정일면씨는 『한쪽 부분에 올이 튀어나온 원단을 그대로 사용, 세탁후에 활탈현상(무늬조직이 약간 흐트러짐)이 일어나 옷이 뒤틀리거나 수축이 일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으며 여러겹 스펀지를 봉합해 만든 어깨심이 불량접착제 사용으로 세탁후 흐트러지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며 제조업체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작년7월 발표한 「의류 품질표시·취급표시 실태조사」에서도 「드라이클리닝·물세탁」과 「필히 드라이 클리닝할 것」등 2중으로 취급표시가 붙어 있거나 기계주름처리된 의류에 섭씨1백40∼1백80도의 고온다리미 표시를 해 주름이 펴져 버리도록 한 것들이 다수 적발되기도 했다.
정위원은, 이같은 제조업체의 잘못이 늘어가는데 대해 『메이커마다 자체실험실을 갖고 실험후 취급표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깨끗한 천 그대로의 상태와 땀·산소·오물에 마찰된 천의 상태와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취급표시가 많아진다』고 지적하고 『일본등 선진외국에서처럼 제품을 만들때 세탁협회의 의견도 반영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세탁물의 원천적 사고를 줄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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