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가 절정에 이른다는 대한(大寒)인 20일 해발 고도 1915m인 지리산 일원에 눈과 상고대가 어우러져 멋진 설경을 연출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에는 오전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를 보였지만, 지리산 정상 주변에는 하얀 눈과 코발트색 하늘이 펼쳐졌다.
8부 능선을 중심으로 북사면에 하얀 눈이 얇게 내렸고, 정상 부근에는 상고대가 형성돼 지리산의 겨울 풍광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무박으로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오른 신경진(52·용인시 동백동) 씨는 "그동안 미세먼지 갇혀 가슴이 답답했는데, 하얀 눈꽃 세상과 티끌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을 접하니 덩달아 온몸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정상을 지나 장터목 대피소를 향해 고도를 낮추면서 눈꽃 세상은 절정을 만들어냈다. 특히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 군락지의 풍경은 한폭의 겨울 산수화를 선사했다. 순백의 하얀 눈꽃 세상과 마주한 등산객들은 살을 예는 듯한 추위도 잊은 채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새벽 4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탐방센터에서 출발해 천왕봉 정상에 오른 이소은(49·서울 동작구 상도동) 씨는 "올라갈 때는 힘이 들었지만, 동화 같은 지리산의 눈꽃 세상을 접하는 순간 피로와 마음속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다" 고 했다.
이날 오전한때 경기와 중북부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이었지만, 지리산 정상의 대기는 청명했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보통 1㎞ 상공 이하에 머물며 바람과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기상과학원은 "600m 고도에서 지상으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되지만, 그 위로는 미세먼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오늘(21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아침 출근길 깜짝 추위가 있고, 오후부터는 점차 풀리겠다고 예보했다. 또 오후 들면서 서울을 비롯한 중부내륙 지역에서 눈이 오는 곳도 있고,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밝혔다. 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