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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가 손혜원 들러리"···홍영표 '회견 동행' 구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손혜원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회견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홍영표 원내대표였다. 홍 원내대표는 “손 의원이 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당으로선 만류를 많이 해왔지만 손 의원이 ‘당에 더이상 누를 끼치면 안되겠다, 오히려 당적을 내려놓고 의혹을 명확하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단상으로 와 장시간 회견을 이어나갔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다. 홍영표 원내대표(왼쪽)가 발표문을 읽고 있는 손 의원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90120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다. 홍영표 원내대표(왼쪽)가 발표문을 읽고 있는 손 의원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90120

개인 의혹 논란에 휩싸인 현직 의원의 탈당 회견에 당 원내대표가 동행하고 배경까지 설명하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다. 손 의원은 “이해찬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며칠에 걸친 간곡한 만류가 있었지만, 더 이상 온 국민을 의미없는 소모전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탈당을 아주 심하게 만류했다. 할 수 있다면 저와 함께 광야에 나가겠다는 분도 있었다”며 “그러나 제가 당에 있어선 이 일을 해결 못한다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손 의원이 홍 원내대표에게 회견에 동행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래야 자신의 결백이 더 강조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굳이 홍 원내대표가 동행한 건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손 의원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인데 당 지도부가 들러리를 서는 것처럼 보이는 건 모양이 안좋다”고 말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영표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영표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 지도부가 손 의원의 탈당을 적극 만류해왔다는 점도 드러났다. 지난 17일 열린 비공개 긴급 최고위와 관련해 손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제가 당을 나가는게 맞지 않겠냐’고 했는데 안된다고 했다. 당시 ‘손 의원은 결백하다’는 당의 발표가 나왔을 때 조용해질 줄 알았지만 다른 언론까지 나서서 더 확대되는 걸 보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여론을 못 읽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당 지도부는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투기 목적은 없었다는 손 의원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발표했지만, 3일만에 손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력이 도마에 오른 셈이 됐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17일 최고위 회의에서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손 의원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간사직 사임 정도의 조치는 취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손 의원에게 너무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손 의원의 결백을 믿기 때문에 당 지도부 입장에선 탈당을 만류할 수밖에 없고, 회견에 동행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인숙 의원.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한선교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인숙 의원. 임현동 기자

이와관련해 한국당 관계자는 “손 의원이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징계를 주저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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