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해태전|승부 가른 번트의 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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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빙의 경기에서는 정확하고 확실한 번트가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촌철살인을 연상케하는 기민한 번트의 묘미가 그것이다.
11일의 MBC-해태전은 번트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경기. MBC의 추격전으로 3-3 팽팽한 균형을 이룬 6회말, MBC는 선두6번 서효인, 7번 노찬엽의 중전안타와 4구로 무사 1, 2루의 역전찬스를 잡았다.
이 호기에서 MBC는 8번 유지홍의 보내기번트로 1사 2, 3루. 다음타자 9번 김동재는 배성서감독의 사인에 따라 큼직한 외야플라이를 날릴듯 하던 거짓 제스처를 재빨리 바꿔 또다시 투수앞으로 볼을 굴려 대주자 민경삼이 홈인, 3-3 균형을 깨뜨렸다. 해태투수 조계현이 번트볼을 황급히 포수 장채근에게 송구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러나 MBC가 이러한 번트를 초반에 제대로 성공시켰더라면 보다 쉽게 경기를 이끌수 있었다. 1-0으로 뒤지던 MBC는 3회말 무사1루에서 8번 유지홍이 번트실패후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 계기가 되어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었다.
해태로서도 5회초 무사1루에서 번트 대신 강공을 시도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3-1로 앞서던 해태는 5회초 선두2번 조재환이 우전안타로 나갔다. 다음 타자는 가장 믿을수 있는 강타자인 3번 김성한. 김응룡감독으로서는 2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간판타자 김성한에게 강공을 기대해봄직하다. 그러나 김성한이 우익수플라이로 물러나고 4번 한대화의 병살타가 잇따르고 보니 강공은 결국 현책이 아니었다.
해태가 이때 1점만이라도 보태 3점차로 도망갔으면 MBC로서는 추격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경기, 어느 팀에나 반드시 찬스는 오게 마련이다.
MBC는 번트로써 찬스를 살린 셈이고 해태로서는 강공이 역전패의 화근이 되었다고 볼수도 있다.
『9회초까지 5-0으로 이기고 있을 때라도 주자가 나가면 4번타자에게도 번트를 시킨다. 목표는 오직 승리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시리즈 9연패를 이룩한 「가와카미·데쓰하루」(천상철치) 전요미우리 자이언츠감독의 말을 되새기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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