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수백명의 승객을 싣고 태국 푸껫 인근 상공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의 추락 모습을 목격했다는 어민이 나왔다.
17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어민 루슬리 후스민(42)은 전날 말레이시아 슬랑오르주 수방자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3월 8일 오전 믈라카 해협 서쪽 입구 주변에서 조업하다가 MH370편으로 추정되는 여객기가 약 2㎞ 떨어진 해상에 추락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현지 비영리 기구 소비자권익보호단체 카사 말레이시아가 주선했다.
루슬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비행기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왔다”며 “비행기는 짙은 연기를 내고 있었다. 망가진 연처럼 좌우로 움직이다가 천천히 바다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루슬리에 따르면 불시착하듯 떨어진 비행기는 현장에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루슬리가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어민들과 즉시 추락 지점으로 갔지만 MH370편은 이미 바다에 가라앉은 뒤였다고 한다. 루슬리는 “이틀간 그 자리에서 기다렸지만 파편도 시신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흔적도 없이 수많은 실종자를 낸 해당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와 호주, 중국 등 3개국이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사고 항공기를 찾았다. 3년 동안 호주 서쪽 인도양 12만㎢ 권역을 샅샅이 훑었지만, 실종기를 찾지 못한 채 2017년 초 수색을 중단했다. 수색구역 북쪽 해상에 항공기 잔해로 의심되는 부유물이 나타나는 일도 있었지만 추가 수색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 사건이 세계적인 이슈가 됐음에도 그동안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루슬리는 “(자신이) 비웃음거리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구로 돌아와 목격한 내용을 당국에 알리려 했지만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고 오히려 비웃음만 당했다”고 주장했다.
루슬리는 MH370편의 추락 장소 좌표를 카사 말레이시아에 전달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추락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가 발견되면 수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사 말레이시아는 목격된 추락 장소 좌표 GPS를 조만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MH370편은 2014년 3월 8일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우고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러나 돌연 인도양 방향으로 기수를 돌린 뒤 실종됐다. 마지막으로 레이더가 포착된 지점은 푸켓 인근 상공으로 루슬리가 주장한 추락 좌표와 멀지 않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