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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이 지금은 7억...강남에서 가장 많이 찾아가는 '로또'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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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경기도 하남에서 미사지구 아파트 값은 분양가의 2배로 올랐다.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경기도 하남에서 미사지구 아파트 값은 분양가의 2배로 올랐다.

2006년 수도권 분양시장의 블랙홀이었던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다음으로 관심을 끈 지역이 하남이었다. 그해 봄 판교에서 세 자릿수의 청약경쟁률이 나올 때 하남은 두 자릿수를 보이며 판교 분양 이삭줍기를 했다. 판교 당첨 가능성이 낮은 수요자들이 하남에 몰렸다. 하남은 서울과 인접한 데다 녹지율이 80% 정도여서 청정 주거지로 시선을 끌었다.

하남에 2·3기 신도시 모두 들어서 #강남3구서 인구 이동 가장 많아 #서울 주택 거래 비중도 최고 #접근성 좋고 쾌적, 택지 개발 붐 #입주 급증하고 지리적 한계 약점

12년이 흐른 지난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하남이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이 42대 1로 경기도 평균(11.9대 1)의 4배에 가까웠다. 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택지 분양가는 수도권 최고다.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간 감일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아파트 가격이 3.3㎡당 1610만원이다. 지난해 말 첫 분양한 하남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는 3.3㎡당 1790만원이었다.

하남이 수도권 주택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2기 신도시인 위례에 이어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교산지구)도 품었기 때문이다. 판교·위례에 이어 강남 주택 수요 대체지로 기대를 모은다.

하남이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선정된 이유는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전입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자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자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17년 강남3구에서 서울 밖으로 이동한 인구 중 하남으로 가장 많이 갔다. 다름으로 성남시 분당구와 수정구, 용인 수지구 등이었다.

2017년 기준으로 2015년 대비 2년 새 하남 인구와 일반가구 수가 40% 넘게 증가하며 수도권에서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강남3구의 활발한 전입으로 하남은 경기도에서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11월까지 집계) 경기도 전체의 서울 거주자 매입 비율은 16%인데 하남은 두 배가 넘는 43%였다.

집값 움직임을 보면 서울 집값이 오를 때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이 늘어나는데 하남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서울 집값이 약세이던 2012년엔 비율이 30% 아래였다. 서울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30%를 넘더니 서울 집값이 뜀박질하던 2016년 이후엔 40%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공식 통계가 나온 2006년 이후 최고였다. 집값이 폭등한 2006년(42%)보다 높았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서울 주택 수요가 하남을 선호하면서 하남 공공택지 아파트는 ‘로또’가 됐다. 2013년 6월 4억6000여만원에 분양된 위례롯데캐슬 전용 84㎡가 현재 두 배가 넘는 10억원까지 나간다. 미사지구에서 2011년 말 3억3000만원에 분양된 전용 84㎡는 실거래가격이 7억원이 넘었다.

하남이 서울 주택 수요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접근성이다. 송파구와 강동구에 붙어있어 강남권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지역의 하나다. 한강을 끼고 있고 검단산 등 녹지가 많아 쾌적한 주거환경도 한몫한다.

강남권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한 데다 하남이 택지 개발 붐으로 생활이 편리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4년 말 하남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1250만원으로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 시세(2920만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 그 이후 하남 아파트값이 올랐지만 여전히 강남4구(4400만원)의 절반 정도인 2190만원이다.
하남에서 2000년 이후 풍산·위례·미사·감일지구가 개발되며 6만6000가구가량이 들어서고 있다. 하남은 경기도에서 2010년 이후 아파트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다. 2010년 2만4000여 가구에서 2017년 5만4000여 가구로 배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 비율도 최고다. 2017년 기준으로 하남 주택의 85.6%가 아파트다.

급속한 택지 개발로 심각한 교통난도 나아질 전망이다. 올해 하남에 지하철 시대가 열린다. 1단계로 강동구 상일동~하남시 덕풍동을 연결하는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이 개통하고 2021년 창우동까지 2단계 구간이 준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교통 대책으로 송파구 오금동에서 끝나는 지하철 3호선을 교산신도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후광 효과로 하남 주택시장을 밝게만 볼 수는 없다. 베드타운 우려다. 스스로 수요를 만들어내는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저렴한 집값과 접근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교산신도시에 판교제1테크노밸리의 1.4배에 달하는 자족용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체가 얼마나 들어올지 미지수다.

교산지구

교산지구

공급 과잉 먹구름이 짙다. 교산신도시 3만2000가구가 공급되기 전에 현재 개발 중인 감일 등에서 입주가 쏟아진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3만가구가 들어선 데 이어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연 4000가구 이하로 줄어들지만 그 이후 다시 늘어난다. 지난해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7000여 가구 분양물량이 2020년 이후 입주하게 된다.

하남의 주된 주택 수요인 강남4구에 입주 쓰나미가 몰려온다. 9500여 가구의 송파헬리오시티 등으로 지난해 1만6000가구 넘던 입주물량이 올해에도 1만6000여 가구에 달하고 내년에도 1만2000여 가구로 많다. 이후에도 대규모 입주로 이어질 물량이 분양 대기 중이다. 1만2000여 가구로 짓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이 올해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남은 강남4구 외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수요를 기댈 만한 곳이 별로 없는 지리적 약점도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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