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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진드기의 집 길고양이, 치명적 바이러스 전염 위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17)

한적한 거리나 공원 지역을 산책하다 보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는 주택 주변이나 지하주차장 등에도 흔히 머문다. [사진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스틸컷]

한적한 거리나 공원 지역을 산책하다 보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는 주택 주변이나 지하주차장 등에도 흔히 머문다. [사진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스틸컷]

한적한 거리나 공원 지역을 산책하다 보면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주택 주변이나 지하주차장 등에도 흔히 머문다. 이러한 고양이는 사람이 기르다가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길고양이’라 불린다. 전국의 길고양이 수는 100만 마리 정도이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많아 2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계속 챙겨주고 집을 만들어주는 등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캣맘(cat mom)’이라 하며, 지역에 따라 조직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집단으로 항의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도 있다.

길고양이도 생명체로서 마땅히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하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다. 길고양이는 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는 반려묘와는 달리 예방과 치료 구충 등의 위생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각종 질병에 무방비상태가 된다. 이들에게 질병에 걸리면 다른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에게 전파될 수 있으며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다.

감염되면 치명적인 광견병을 비롯해 물리거나 할퀸 상처를 통해 감염돼 발열과 함께 각종 장기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바토넬라감염증, 또 감염되어도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임산부에게 유산과 사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톡소플라즈마증이나 브루셀라병이 대표적이다.

작은 소피 참 진드기 흡혈 전(왼쪽)과 흡혈 후. <저작권자 ⓒ 2017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작은 소피 참 진드기 흡혈 전(왼쪽)과 흡혈 후. <저작권자 ⓒ 2017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에는 소위 살인 진드기라 하는 ‘작은 소피 참 진드기’가 매개하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의 위험성이 대두하고 있다. 사람에게 고열과 구토 설사를 동반하고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치사율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일본에서 50대 여성이 길고양이를 구조해 동물병원에 이송하던 중 물려 사망했는데, 이 여성의 조직샘플에서 SFTS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 학계에서는 포유동물에 물려 SFTS에 감염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SFTS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으나 동물로부터 감염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연구팀이 서울지역의 길고양이 126마리를 대상으로 SFTS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17.5%인 22마리에서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2017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렇듯 길고양이는 여러 가지 위험한 질병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통제해야 하고 사람이 직접 접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 임산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의 접촉은 금물이다. 반려동물도 길고양이가 많은 곳이나 공원 지역으로 외출 시에는 보호자와 함께 진드기 기피제의 사용을 권장한다.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길고양이도 서식지를 확보하고 생활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통제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질병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길고양이는 그들끼리의 번식으로 인한 수적 증가와 개체군 간의 영역 다툼 등으로 생활권이 확대돼 사람들의 주거환경에 부담을 준다.

 패딩 모자로 만든 길고양이 겨울집 &#39;후드하우스&#39;.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길고양이도 서식지를 확보하고 생활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통제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패딩 모자로 만든 길고양이 겨울집 &#39;후드하우스&#39;.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길고양이도 서식지를 확보하고 생활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통제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일부는 야산이나 산중으로 들어가 야생고양이가 되어 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주변 산과 야지에는 환경부 멸종위기생물 2급 동물인 삵이 서식하고 있다. 야생고양이는 삵과 먹이 경쟁을 하게 되어 삵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삵과 고양이 간에 교배가 이루어져 중간종이 생겨날 여지가 있다.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당국에서는 길고양이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TNR(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수는 줄지 않고 있다. TNR사업에 의해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연간 4만 마리 정도로 전국의 100만 마리에 비하면 미미해 번식이나 유기 묘로 인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려묘의 소유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유기 묘는 계속 늘어나 길고양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길고양이가 인간과 지속해 공존하려면 동물 보호의 관점에서만이 아닌 사람과 동물의 건강, 주거환경과 생태계의 문제를 포함하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관리의 수단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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