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축구해설 인기 차범근·두리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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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과 프랑스의 독일 월드컵 G조 2차전이 열린 18일(현지시간) 라이프치히. 오후 2시45분 라이프치히 중앙역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했다. 맨 앞칸에서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아들 차두리가 내렸다. TV 해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과 인터뷰를 했다. 차 감독은 "숙소가 가까우니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자"며 걸어서 5분 거리인 빅터스 호텔로 갔다. 차 감독은 "일본-크로아티아 경기를 봐야 한다"며 급히 TV를 켰다. 인터뷰는 TV 중계를 보면서 진행됐다.

차두리는 "인터넷에서 제 '어록'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지금은 선수들한테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데 내가 인기를 얻으니 쑥스럽다"고 말했다. "숨기고 싶은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게 인기의 비결 아니냐"고 묻자 "누구나 약점이 있고 실수를 하고, 완벽한 선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 아는 건데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재미있으라고 한 얘기도 아니고, 선수로서 솔직하게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두리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우리 부자 모두 여기서 선수생활을 했다. 우리보다 여기를 잘 아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독일에서 하는 월드컵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싶어서 함께 해설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미리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차 감독은 "그런 적은 없지만 역할 분담은 있다. 내가 하드웨어를 담당한다면 두리는 소프트웨어다. 선수의 정보나 에피소드 같은 건 두리가 많이 아니까 담당하고, 나는 경기 전반적인 것과 흐름을 맡는다"고 했다. 아들이 해설가로서 자질이 보이느냐는 질문에는 "유익한 얘기들을 끄집어내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두리가 신문방송학과(고려대)에 들어갈 정도로 그 방면에 관심이 있으니까 앞으로 좀 더 갈고 닦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잉글랜드 골키퍼의 킥이 프랑크푸르트 경기장 전광판에 맞자 부자가 '말싸움(?)'을 한 것을 두고 두리는 "평범한 대화 아닌가. 우리는 늘 그렇게 대화를 하는데 해설하면서 평소 하던 식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동료 선수 입장에서 파워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차 감독이 "거봐, 그러니까 힘이 없다는 얘기잖아"라고 대응해 또 싸움(?)이 날 뻔했다.

한국 경기를 보면서 '내가 저기서 뛰어야 하는 건데'라고 느낀 적이 없느냐고 두리에게 물었다.

"왜 없겠어요. 친구들과 선후배가 저기서 뛰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2002년 이후 4년 동안 내가 원한 만큼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반성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거죠."

두리는 시청률에 신경을 많이 쓴다. 중계 끝나고 1시간 정도 뒤에 나오는 시청률 수치를 담당 PD에게 전화해 꼭 확인한다고 한다. "내가 끼어들어서 시청률 떨어졌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두 사람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 꼭 메모를 했다. 크로아티아 선수의 페널티킥을 일본 골키퍼 가와구치가 막아내자 두리가 "키커가 차는 방향을 너무 보여줬어"라고 했다. 그러자 차 감독이 넌지시 대꾸했다. "책임 없는 사람들은 말을 쉽게 하지."

라이프치히=정영재 기자
사진=최원창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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