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유엔결의안 채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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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미국이 북한을 주로 겨냥해 만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국제적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무법정권과 테러리스트,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의 결합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위협”이라며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안보리가 새 결의안을 채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9·11테러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선 테러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들어갈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유엔이 나서 결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이 결의안에 대해 ▶모든 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불법화하고 ▶각국이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의 수출통제를 입법화하며 ▶각국이 현 시점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에 관한 보안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했다.

이런 제안을 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일본·호주 등 서방 11개국이 시행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 예로 지난해 말 북한 미사일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미국의 정보를 건네받은 스페인 해군에 나포됐으나 국제법상 근거 미비가 미비해 곧 풀려났었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는 각국 정부에 필요한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련국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시행돼온 PSI와는 차원이 달라진다. 결의안 채택 후 이를 위반하는 국가가 있으면 미국은 유엔 결의를 근거로 재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결국 PSI를 유엔 승인을 얻은 국제규범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부시가 무법정권(Outlaw Regime)이란 용어까지 쓰며 새 결의안을 언급한 것은 북한과 이란 등의 무기개발 및 수출에 열을 올리는 나라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의도를 모르지 않을 북한은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도 북한 입장을 거들 여지가 있다고 유엔대사관 관계자는 말했다. 이럴 경우 6자회담으로 조금이나마 풀릴 기미를 보였던 북핵문제가 또다른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본부=심상복 특파원]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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