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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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옛날 로마에 「소크니스」라는 소녀가 살았다. 그는 화관이나 꽃다발을 만들어 팔았다. 그의 솜씨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시인이나 화가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것이 다른 꽃장수로부터 시기의 대상이 되어 죽음을 당했다.
그 얘기가 나중에 아폴로 신에게 알려졌다. 소녀의 꽃은 늘 신전을 꾸미고 있어서 아폴로신도 그를 잘 알고있었다. 그는 이 소녀를 가련히 생각해 작은 주홍빛의 꽃으로 변신하게 했다. 이 꽃이 바로 카네이션이 되었다. 『시인의 꽃』이라는 별명을 갖게된 유래도 여기에 있다.
속명은 다이안더스라고도 한다. 그리스어로 「다이」는 신, 「안더스」는 꽃을 의미한다. 신이 내려준 꽃이라는 뜻이다. 「데오프라츠」저 『식물의 역사』를 보면 카네이션은 벌써 2천년 전부터 재배해왔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장미, 제비꽃, 수선, 붓꽃과 함께 카네이션을 길렀던 흔적이 남아있다.
오늘날 그 종류는 수백 종도 넘는다. 프랑스의 「루이」14세 무렵 베르사유 궁전엔 카네이션이 3백 종이나 있었다. 그러나 4계 카네이션 품종을 개발한 것은19세기 프랑스 리옹시의 원예가 「다르메」였다.
이 꽃을 어머니날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미국이었다. 웹스터라는 마을에서 주일학교 선생을 하는 「자비스」부인은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 부인이 별안간 세상을 떠나자 주일학교 아이들은 부인의 딸 「안나」를 초청해 추도행사를 하며 그 자리를 카네이션으로 장식했다. 이것이 유례가 되어 오늘까지 전해오고 있다.
우리 나라 어버이들도 해마다 5월8일 어버이 날이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다닌다. 요즘은 생화도 아닌 인조 꽃이 흔해빠져 카네이션을 실감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어떻게 보면 종이쪽지 카네이션은 정이 메마른 세태를 상징하는 것도 같아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비록 한 송이 꽃일망정 생화를 달아드리는 정성이 중요하다.
카네이션은 그 색깔과는 달리 향기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 다. 그러나 가만히 냄새를 맡아보면 은근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어버이의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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