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높게 치솟으면서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변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13일) 겨울 날씨치고는 기온이 대체로 온화했지만,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한강 공원에는 일요일을 무색게 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내국인보다 마스크를 쓴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서관을 비롯한 키즈카페, 백화점, 영화관 등 대형 실내 공간을 갖춘 시설에는 외부와 미세먼지를 피해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1, 2층에 마련된 의자와 앉을 곳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독서 인파로 붐볐다. 어린이를 유모차 태우고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는, 대체로 책을 읽기 '좋은 자리'는 20~30분 기다려야 자리가 나올 정도로 대기 '손님'까지 이어졌다.
수능을 마친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류종현(54· 송파구 위례동) 씨는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심해 외부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지하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딸과 함께 책상이 있는 자리를 잡기 위해 일어나려는 사람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인문, 경제, 취미, 실용 등 수 만권의 서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아이스링크 역시 평소보다 많은 인파로 붐볐다. 입장객들은 대부분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많았지만, 부모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온 김신정(48·서울 압구정동) 씨는 " 서울시청 앞 광장 스케이트장을 가려고 했는데, 이날 미세먼지로 운영을 중단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어린이들의 실내 놀이 공간인 키즈 카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R 키즈 카페에는 평소 일요일보다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이곳을 찾았다.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온 임은주(35·노원구 상계동) 씨는 "공기 정화기가 가동되는 공간이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14일)은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 등 일부 도시의 공기 질을 최악의 오염 등급까지 떨어뜨렸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들어 '매우 나쁨' 단계를 유지할 것으로 환경부는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찬공기가 북쪽에서 불어오는 15일(수요일)부터 다소 누그러질 예정이다. 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