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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깃든 아련한 골목길 풍경, 강재훈 사진전 '그림자 든 골목'

중앙일보

입력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 강재훈 작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32년 차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강재훈 씨의 사진전 '그림자 든 골목'이 오는 18일 서울 강남구 SPACE22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는 2010년 즈음부터 재개발되기 시작한 서울 약현(중림동,봉래동)과 만리재 주변(아현동,공덕동) 사진작업이다.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대형 건물에 가려진 음지의 골목 풍경을 작가의 인문학적 사유로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골목마저 햇빛 스며들 틈 없이 그림자 가득하고 인적 드문 사진들은 빛의 조절과 비현실적인 명암 대비를 강조해 재개발 문제와 재개발 현장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에 섞인 안타까움과 쓸쓸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 강재훈 작가]

이미 사라진 것은 다시 볼 수 없는 것.
그림자 든 골목의 배경은 2005년 타계한 김기찬의 ‘골목 안 풍경’이 작업 된 공간이지만 현재 사라짐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이다. 사람들이 정겹게 어울려 사는 모습이 그려졌던 골목 안 풍경과는 좀 다르다. 실제 골목의 풍경보다 그림자와 실루엣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인적 드물고 헐림을 앞둔 골목이 보여주는 내면의 이야기를 시각화했다. 표현주의를 고민한 미학적 장치로서의 명암과 대비는 그림자 든 골목의 마지막 뒷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 강재훈 작가]

사진가 강재훈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사진기를 앞세우지 않고 피사체와 마음이 담긴 대화를 먼저 나누려 한다. 길가의 이름 없는 풀꽃이나 흙이나 나무를 만나더라도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려 하며, 그다음에 사진기의 눈으로 보려 한다. “사진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진보다 생명이 먼저다.”라는 화두를 카메라 렌즈 앞에 달고 산다. 숲으로 가면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으려 귀를 열고, 마을로 가면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공감하려고 무릎을 낮춘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그려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느 한순간 셔터의 작동에 따라 찍히는 사진의 결과가 좌우되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의 비움과 채움은 사진기의 조절과 순간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는 오는 2월 12일까지 열린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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