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일부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선출한 장면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한국당은 전체 79개 교체 대상 지역구 가운데 15곳에 대해 사흘(10~12일)에 걸친 공개 토크 오디션을 통해 당협위원장을 뽑았다. 당원평가단(50명)의 현장 심사와 투표로 최종 후보가 선발되는 오디션 과정은 고스란히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물론 이번에 뽑힌 15명이 곧바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 자격을 얻는 건 아니다. 한 차례의 오디션만으로 후보들의 자질이나 능력, 리더십이 검증됐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몇몇 중진이나 실력자가 공천권을 독점한 채 밀실 인사를 좌우해 온 그간의 관행에 비춰 볼 때 모처럼 활력 있고 참신한 장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이변도 속출했다. 주중 대사를 지낸 3선의 권영세 전 의원이 탈락하는 등 경륜 있는 중진들이 고배를 마셨다. 반면 강남, 송파 등에서 30대 초반 후보가 선출되는 등 3040세대 정치 신인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세대교체 바람은 한국당의 낡은 이미지를 바꾸는 데 호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디션이 단발성 이벤트나 눈속임을 위한 쇼로 그쳐선 안된다. 말 그대로 그간의 낡은 관행을 버리고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내는 인적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50여 일 앞두고 각 세력 간 물밑 힘겨루기도 시작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친박계과 비박계로 갈려이전투구와 계파싸움으로 국민에게 참담한 실패와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오디션 경선의 정신을 발전시켜 공천혁명과 정치 문화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계파 싸움을 끝내고 밀실 공천 같은 과거의 구태와 결별하는 쇄신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