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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까지 번 돈은 다 세금…이러니 연봉탐색기가 히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구나 관심 많은 ‘연봉’에 각종 정보를 탈탈 터는 ‘탐색기’까지 붙이니 부가가치가 확 올랐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 1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연봉탐색기 2019’ 얘기다. 검색창에 자신의 연봉만 넣으면 실수령액과 근로자 1115만명 중 순위, 소득공제 항목과 금액, 세율이 한 단계 오르는 연봉 등 쏠쏠한 9개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한국납세자연맹 '연봉탐색기' 첫 화면. 연봉 정보만 넣으면 각종 세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한국납세자연맹 '연봉탐색기' 첫 화면. 연봉 정보만 넣으면 각종 세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이 간단한 검색기가 등장하자마자 11~12일 이틀 새 107만명이 납세자연맹 홈페이지를 다녀갔다. 네이버ㆍ다음 포털에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납세자연맹 김선택(59) 회장을 본지가 만났다. 김 회장은 “세금을 모르는 건 수입만 알고 지출은 모르는 반쪽 직장인이나 다름없다”며 “연봉이란 ‘출발점’과 소득공제 환금액이란 ‘도착점’ 사이 세금이란 ‘과정’을 소상하게 알려주고 싶어서 (연봉탐색기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중앙포토]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중앙포토]

연봉탐색기는 어떻게 만든 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근로자 1115만명의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연봉 정보와 관련해 흔히 활용하는 국세청 소득 통계 자료는 연중 입ㆍ퇴사자를 가려내지 못한다. 퇴사자는 물론 신규 입사자, 육아 휴직자, 병가자 등의 소득 정보까지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내 연봉 순위가 높게 나온다. 이번 연맹에서 만든 연봉탐색기는 1년 동안 꼬박 근무하며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한 사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6개월 걸려 만들었다.
그동안 연봉 관련 통계 정보가 넘쳐났는데 왜 유독 관심이 폭발적일까.
연말정산 시즌과 맞물려 그런 것 같다. 연맹이 노린 것이기도 하다. 소득세는 조세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세목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금을 얼마 내는지, 봉급이 오르면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소득공제 때는 얼마나 환급받는지 너무 모른다. 그나마 연말정산 시즌 때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도 일단 환급받고 나면 관심이 확 죽는다.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다 해 주니 그런 측면도 있다. ‘연봉탐색기’란 이름을 붙였지만 내가 내는 세금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국민은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나.
2016년 기준 1인당 세금부담액은 897만원이다. 1년 중 4개월 4일(125일)을 국가에 세금과 사회보험료, 각종 부담금 등을 납부하기 위해서 일한다. 달력으로 보면 5월 4일까지 꼬박 세금만 내고 일해야 5월 5일부터 세금으로부터 해방돼 내 돈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세금해방일’은 점차 늦춰지는 추세다. 건강보험료가 최근 4년간 35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근로소득세ㆍ취득세ㆍ국민연금ㆍ법인세 순으로 많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었다.
여당에선 증세를 주장하면서 ‘중부담 중복지’를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2017년 기준 국민부담률이 26.9%(OECD 평균 34.3%)다. 이미 ‘중부담’ 단계란 얘기다. 세금은 오를 수 있다. 다만 세금을 공정하게 징수하고, 투명하게 지출하고, 혜택받아야 할 사람에게 돌아가면 문제없다. 내야 할 사람은 안 내고, 안내야 할 사람이 내는 게 문제다. 정말 공익을 위해 쓰이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세 부담은 올라가는데 허투루 쓰니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일자리 안정지원금 같은 게 대표적인 세금 낭비다.
종합부동산세 등 인상된 부동산 세금이 화제다.
부동산을 세금으로 때려잡을 수 있다면 전 세계에 부동산 문제가 왜 생기나. 부동산은 철저히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될 문제다. 세금은 부차 수단이다. 보유세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 조세 저항이 심하다. 현대 세제의 기본은 소득세다. 임대소득 관련 소득세 부과를 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중앙포토]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중앙포토]

우리 세금 제도, 문제 있나.
세제(稅制)의 대원칙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너무 안 지켜진다. 비과세로 분리해놓은 게 많아 세제가 공정하지 않다. 이렇다 보니 근로소득자만 세금 내고, 고소득 자영업자, 전문직은 빠진다. 비과세ㆍ분리과세를 축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인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한다. 세제를 집행하는 세정(稅政)도 문제다. ‘내가 세금 내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혼내야 한다’는 식의 ‘갑질’이 심하다. 국세청부터 납세자의 애로사항을 듣고, 납세자를 존중해야 한다.
연말정산 시즌이다. 절세 팁을 준다면.
한도에 맞춘 절세 금융상품 가입이나 현금ㆍ신용카드 공제, 올해 신설된 도서 구매비, 공연 관람비 공제 등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의외로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게 ‘장애인 공제’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장애복지법상 복지카드를 갖고 있는 경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법상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도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암은 물론이고 치매, 중풍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 중병에 걸려 오래 치료를 받았다면 병원에서 장애 증명서를 받을 수 있고, 장애인 공제 대상이다.
여전히 납세자연맹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01년 1월 창립했다. 이제 성인이다. 납세자 권리 논의조차 생소할 때 만들어 정부 돈 한 푼 안 받고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보수 정부, 진보 정부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납세자 권익만 바라보고 연말정산기ㆍ연봉탐색기 등 정보를 제공해 왔다. 인력이 많거나 돈을 많이 들여서 가능했던 게 아니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김선택 회장은

‘거리의 세금 감시자’로 불린다. 세금 이론 뿐 아니라 실무에 밝아 저서와 국정감사, 연맹 활동 등을 통해 납세자 권리 회복 운동을 해왔다. 창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주)한양 경리부에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이후 삼일회계법인 삼일총서 집필위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소득세법정비위원, 청와대 국세행정 선진화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2001년 납세자연맹을 설립해 회장으로 일해왔다. 2010년 세계납세자연맹 부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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