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盧대통령 언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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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여과없이 드러냈다.

盧대통령은 25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정권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며 "매도 자꾸 맞으면 맷집이 생기는데 (언론이) 자꾸 거짓말로 비방하고 공격하면 신뢰가 떨어져 지금과 같이 1년이 지나면 언론의 공격이 거의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내 딴에는 잘하느라고 하는데 저녁에 TV만 보면 기가 죽고 다음날 아침에 신문을 보면 기죽는 수준이 아니라 눈앞이 캄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공무원이 기자만 보면 비실비실하고 밤 12시에 정치부장을 찾아가 고쳐 달라, 빼 달라 왜 하느냐"면서 "(언론과의 긴장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기자도 언론 윤리강령을 만들어야 하며 밥 얻어먹고, 사주고, 기사 쓰고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盧대통령은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어떤 사람은 언론 탄압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며 "언론사 세무조사 등 아무것도 안 했고 사실과 다를 때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오히려 "취재할 때 (각 부처의) 사무실을 무소불위, 마구잡이로 취재해서 일에 방해돼서는 안되고, 일하는데 서류를 뺏고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盧대통령은 "언론은 주어진 역할만 해야 하며 군림하지 말고 '맛좀 볼래'하면서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런 사회가 훨씬 더 성숙한 사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재미로 봐야 하고 나도 재미로 가끔 본다"는 말도 했다.

신중하지 않은 용어 사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것과 관련해 盧대통령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쪽수'라고 하고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것을 '한방에 날린다'는 등으로 얘기했는데 기사로 쓰면 이상해진다"며 "대통령 체면을 봐서 쓰면 가십이나 1단이지만 (언론이) 톱으로 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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