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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생이 본 SKY캐슬' 141만뷰···대학 달군 유튜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 의대생이 SKY 캐슬을 본다면?" 

서울대 의대 학생과 동문들이 힘을 합쳐 만든 'SKY 캐슬'편은 업로드 일주일만에 14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S대 TV 화면 캡쳐

서울대 의대 학생과 동문들이 힘을 합쳐 만든 'SKY 캐슬'편은 업로드 일주일만에 14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S대 TV 화면 캡쳐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박모(24)씨가 짧은 질문을 던지자 일주일 만에 141만 회를 넘는 유튜버들의 클릭이 돌아왔다. 'SKY 캐슬' 편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생 3명은 박씨가 주변에서 알음알음으로 모았다.

세 명의 의대생은 조심스럽게 강남 사교육에 대해 말했다. 한 의대생은 "진짜 코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용어는 다를지 모르지만, 동기 중에서도 해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약간 과장된 면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있을법한 이야기고. 다 우리 엄마들의 모습인 것 같다"며 SKY 캐슬을 본 소감을 전했다.

의대생 박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 김태환(29) 씨와 지난해 6월 'S.Univ. TV'(S대 티브이)라는 유튜브 계정을 만들었다. 평소 유튜버 시청자였던 박씨는 다른 대학교보다 유독 유튜브 채널 수가 적었던 서울대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학교생활 외 모든 시간을 투자해 촬영, 편집, 제작했고 '의대 생활 편'을 처음 만들었다.

유튜브 시청자가 유튜버가 되기도 하지만, 출연자가 제작자가 되기도 한다. 서울대 클래식 기타 전공 신주헌 씨는 여러 유튜브 채널에 '섭외'돼 출연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직접 유튜버가 돼 기타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를 계획하게 됐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스튜디오 샤, 연고대 학생들이 만든 연고TV는 실제 학생들이 많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의 콘텐트를 많이 만든다. 유튜브 화면 캡쳐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스튜디오 샤, 연고대 학생들이 만든 연고TV는 실제 학생들이 많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의 콘텐트를 많이 만든다. 유튜브 화면 캡쳐

더 나아가 뜻 있는 대학 동문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 기업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창업론 실습>을 듣던 학생 7명이 만든 채널 '스튜디오 샤'는 '서울대생들은 정말 다 전교 1등일까'란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2만 2000명가량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유니브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MCN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 같은 개념이다. 채용 절차를 통해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학생들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 어엿한 기업이 된 것이다.

약 2년 전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각자의 학교생활을 비교, 소개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끈 '연고티비'와 비슷한 사례다. 연고티비는 유튜브 채널로 시작해 아예 MCN '유니브'를 만들었다.

학교 브랜드 네임을 앞세운 채널이지만 어떤 채널도 '공식' 채널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채널들은 "학교 이름에 기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라는 시선도 종종 받는다. S대 티브이 제작자 박 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유튜브 출연자들이 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채널 제작자들도 고민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고 말한 그는 "서울대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애매하거나 민감한 내용은 거의 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교수도 만드는 유튜브…전통적 방식으론 '외면'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서는 건강 정보를 담은 웹드라마 <신비한 SNU 연애사전> 콘텐트를 유튜브 채널 SNUPH를 통해 선보인다. 유튜브 화면 캡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서는 건강 정보를 담은 웹드라마 <신비한 SNU 연애사전> 콘텐트를 유튜브 채널 SNUPH를 통해 선보인다. 유튜브 화면 캡쳐

학생들만 유튜브에 뛰어드는 건 아니다. 학교와 교수들도 유튜브 콘텐츠 만들기에 나섰다.

10일 오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한 강의실. 강의실 한쪽을 메운 스크린에는 대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방영됐다. 4~5분가량의 짧은 길이. 유명한 배우가 나오진 않지만 재치있는 자막과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서 만든 <신비한 SNU 연애사 전> 웹드라마다. 예산만 3~4000만원이 들었다. 외주 제작 업체와 협업해 교내 오디션을 통과한 학생들이 연기했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편마다 해당 분야의 교수가 설명을 곁들인다.

이 콘텐츠 역시 첫 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택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교 이름이 걸린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구자와 일반인의 거리를 좁혀보려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대학별로 유튜브 공식 계정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학별 공식 계정은 학교 홍보나 학내 행사를 알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외부인 구독자는 거의 없었다. 유명순 교수는 "건강 정론이라는 학교 소개와 관계없는 전문 내용을 담고, 웹드라마 형식을 시도한 대학 유튜브 채널 개설은 이번이 첫 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소통 창구에 도전하는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내용 전달 방식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모바일 영상 콘텐츠 제작사 72초 TV 서권석 이사는 "대학가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교수들의 강의를 하는 방식'처럼 전통적 방법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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