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새마을 한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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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에 새마을 한류(韓流)가 불고 있다.

새마을 운동을 배우기 위해 올 들어 중국 공무원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올 초 중국 공산당이 낙후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한국 새마을 운동 방식의 '신농촌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식 결정한 뒤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농촌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면.자조.협동하는 불굴의 새마을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6월 25일자)는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농촌 내 새마을 운동 한류 기사를 커버 스토리로 보도했다.

중국 충칭(重慶)시는 지난해 11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성과 시 정부 공무원 59명을 한국에 보내 보름 동안 강도 높은 새마을 연수를 받게 했다. 왕훙(王鴻) 시장도 연수단에 참가해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일주일은 새마을 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한국의 시범 농촌 마을을 방문해 농민 소득 증대를 위한 노하우를 꼼꼼히 배웠다.

이들은 귀국 뒤 곧바로 성내 전(鎭:소규모 행정단위)급 이상 정부에 새마을 토론반을 가동해 한국에서 배운 새마을 운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마을별로 주민들이 모여 어떻게 힘을 합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증대를 위해 무슨 작물을 재배할 것인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 운동 초창기 모습과 거의 같다. 왕 시장은 "한국을 다녀온 뒤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을 증대할 자신이 생겼다"며 "몇 년 뒤 중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새마을운동 시범 지역을 곳곳에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후난(湖南)성과 성 내 농업과학원 소속 공무원 24명은 강원도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시범단지를 찾아 농촌 소득 증대 운동의 현장학습을 했다. 1일에는 상하이(上海) 새마을 운동 관련 공무원 8명이 강원도 원주시와 정보기술(IT) 시범마을 두 곳을 방문했다. 최근 3개월 동안 강원도 새마을 현장을 찾은 중국 공무원만 480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4월, 중국 정부는 앞으로 35만 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보내 새마을 운동을 배우게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연 1만 명씩 3년 동안 3만 명을 한국에서 연수시키고, 그 뒤 앞으로의 파견 규모를 조절할 방침이다. 개인당 매일 100달러의 여행 경비가 주어진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한국의 새마을연수원 등에서 교육을 받는다.

중국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농민소득 향상이다. 현재 중국이 당면한 농촌 문제의 핵심이 바로 도농 간의 소득 격차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도시민의 연평균 소득은 농민 소득의 세 배가 넘어 농민들의 사회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농민 평균소득은 도시민의 85%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이 같은 도농 소득 균형이 새마을 운동의 결과라고 확신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다녀온 중국 농업과학원 산하 경제발전연구소 리셴더(李先德) 박사는 "한국 새마을 운동은 농민 생활환경 개선, 농민 소득 증대, 농산물 생산 증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인처럼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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