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 "성폭력 가해자들 여전히 활동중"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발언중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우상조 기자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아직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성폭력 추가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한 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가 가해자들이 여전히 지도자와 연맹 임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여성문화예술연합 등 체육계, 문화계, 여성 단체 들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한 단체들과 참석자들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 ▲독립·외부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전수조사 실시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방조한 기관 책임자들 사퇴 ▲실효성 없는 감사와 조사, 신고체계 개혁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심석희는 일반 선수도 아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데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선배로서 창피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심석희 외에도 추가적으로 피해를 입은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2명의 선수가 증언 또는 고발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여 대표는 "폭행은 물론 성폭력 상황을 심석희 사건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가해 코치나 임원들은 죄의식이 없이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연맹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보복이 두려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있다. 어리고 아직 현역 선수들이라 지도자들을 두려워한다"면서 "신고센터가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빙상연맹만 봐도 내부에서 모든 걸 쉬쉬하며 덮으려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들에 학부모나 선수들이 맞서 싸우기엔 어려운 구조다. 2014 소치올림픽 전에도 대표팀 코치가 성폭력 문제로 제명됐지만 결국 돌아온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리듬체조 간부 김모씨 성폭력사건과 관련해 문화연대의 컨설팅을 받았다. 여기에 참여했던 함은주 집행위원은 "체육회에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교육, 예방을 진행하는지 점검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함 위원은 "당시 피해자 코치의 경우 여성인권진흥원에 접수를 했다. 종목별 가맹단체와 체육회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해결이 어려웠다. 공정위원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외부기관의 제재가 없으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대한체육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서 체육회에도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동안은 처벌이 가벼웠다. 체육회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고 강한 법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는 한국체대를 감사하고, 이번 기회에 제3의 기관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참석한 단체들은 향후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위원회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체육계의 카르텔을 끝내기 위한 대중캠페인 활동, 체육계 성폭력 문제 관련 신고센터·피해자 보호 위한 상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