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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분신 택시기사 결국 사망...택시기사들 "정부 왜 나몰라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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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10일 오전에 만난 서울 택시기사 김모(58)씨는 "카카오 카풀은 반대하지만, 손님을 너무 잡기 힘들 때면 현실적으로 카카오택시 콜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택시기사 분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이렇게 답답한데 정부는 왜 나 몰라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택시기사 이모씨는 "현재 고양시 택시들은 단체로 카카오 콜을 거부하고 있고 서울도 앱 삭제 뿐 아니라 아예 탈퇴하자고 하고 있다"며 "대신 티맵 사용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카카오 비중이 6대4로 커서 카카오 콜을 안 받고는 손님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광화문 인근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택시기사 임모(64)씨가 결국 사망하면서 택시업계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택시기사 박진남(62)씨는 "기존에 쓰고 있던 카카오 택시 앱을 삭제해버렸다”며 “좀 힘들더라도 택시기사들이 다 같이 한마음으로써 뜻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카풀 드라이버도 택시기사 분신 소식에 마음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카풀 기사로 2년째 활동 중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윤모(32)씨는 "밤늦게 퇴근 할 때가 많은데 졸음운전도 막을 겸 카풀을 해왔는데 택시기사 분신했다는 뉴스가 나오니 마음이 많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며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6시께 택시기사 임모(64)씨는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분신했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 이상호(50)씨는 “펑소리와 함께 택시 내부에서부터 불이 시작했고 택시기사가 전신에 불이 붙은 채 스스로 차에서 나와 신음소리를 내며 서 있었다”고 말했다. 불은 지나가던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6분 만에진화됐지만 온몸에 2도 화상과 기도에 화상을 입은 임씨는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0일 오전 5시 50분께 결국 사망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화재 발생지점에서 목격자 이상호(50)씨가 당시 상황에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화재 발생지점에서 목격자 이상호(50)씨가 당시 상황에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조수석 안장에 유류 용기가 놓여 있었고 조수석에서 유증이 채취됐다. 종로경찰서는 10일 “차내에서 녹아 납작해진 기름통과 기름통 뚜껑이 발견됐고. 가족에게 남긴 짧은 글이 포함된 그을린 2019년 다이어리도 한권 나왔다”고 밝혔다.

택시 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9일과 10일 병원을 찾아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선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임씨는 지난달 20일 여의도에서 열린 카풀 반대 집회 때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것 같다”며 “수차례 여의도 농성장에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 윤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말하는 이영환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는 윤씨가 힘들다는 식의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다수의 택시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임씨는음성 파일 형태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의 내용은 A4용지에 글로 적었을 때 4장 분량의 양이다. 구수영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임씨는 직접 녹음기에 유서를 녹음해서 택시로 배달했다”며 “유서 내용에는 카풀 방치하면 택시업계 망한다, 해결 못 하는 이 정부가 한스럽다는 내용과 함께 본인 장례에 대한 세부 내용과 가족에 전하는 말까지 담겨있다”고 말했다.

10일 택시연합회 대표들이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임씨의 죽음에 대해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박해리 기자

10일 택시연합회 대표들이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임씨의 죽음에 대해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박해리 기자

구 위원장은 ”1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에 가족에 대한 내용은 제외하고 육성으로 된 유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최씨 사망으로 지난해 12월20일 카풀 반대 집회가 대규로모 열리며 집회 추산 10만명 참석한 바 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장은 ”최씨 사망 후 얼마 안 돼서 또 이런 일이 생겨 침통한 심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택시업계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심석용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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