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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카풀, 버스 주 52시간, 철도 구조 개편..살얼음판 같은 올해 '교통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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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시 단체들의 카풀 반대 집회.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시 단체들의 카풀 반대 집회. [연합뉴스]

 "카풀(carpool)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좋은 해법이 없을까요?"

 요즘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카풀 문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되묻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카풀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어 섣불리 대책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풀어야 할 교통 분야 과제는 비단 카풀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시내버스 운영,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 까다로운 현안이 많다. 하나하나가 꽤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올 한해 교통판을 흔들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①진전 없이 꼬이기만 한 카풀  

 카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여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택시업계가 "결사반대"를 외치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모빌리티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카풀 등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주요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는걸 우리만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이지만 택시 업계는 이에 부정적이어서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담회에 택시 관계자들이 불참했다. [연합뉴스]

정치권과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이지만 택시 업계는 이에 부정적이어서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담회에 택시 관계자들이 불참했다. [연합뉴스]

 반면 택시업계는 "지금도 택시가 공급과잉이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카풀마저 허용된다면 택시 업계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때 정부에서는 ▶출근과 퇴근 때 각 한 차례 카풀 허용 ▶카풀 전업화 금지 등의 대책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택시 업계 반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 꼬여 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하지만 택시 업계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언제 어떤 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연말에 이어 2차, 3차의 대규모 택시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②버스 대란 피할 수 있을까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을 고용한 버스 회사들은 주 52시간 근로를 준수해야만 한다. 경기도의 시내버스 회사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 52시간을 지키려면 1일 2교대제가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려면 당장 경기도 지역에서 더 필요한 버스 기사만 6000명가량이나 된다. 그것도 교육 기간 등을 고려하면 3~4개월 안에 충원을 끝내야만 한다.

 만일 기사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경기도 시내버스의 상당수가 단축 운행 또는 운행 중지가 불가피해진다. 국토부는 전세 버스, 화물트럭 기사 등 1종 대형면허 소지자의 전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새로 충원한 기사는 1300명에 불과하다.

경기도 지역은 기사 충원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으면 시내버스 단축운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포토]

경기도 지역은 기사 충원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으면 시내버스 단축운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포토]

 또 기사를 충원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도 문제다. 버스회사들은 지금도 경영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 수준의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로서는 교통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③되살아난 '동남권 신공항' 논란 

  한때 거의 정리가 된 것처럼 알려졌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그야말로 '다시 살아난 불씨'가 됐다.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이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애초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밀양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 등을 놓고 연구용역을 거친 뒤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넓히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후 부산, 울산, 경남 등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터져 나오면서 문제가 꼬였다.

김해공항에서 한 대학교수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해공항에서 한 대학교수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부는 올 상반기 김해 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확정ㆍ고시한 뒤 2021년 착공해 2026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를 설득하지 못하는 한 일정에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④철도 골격 완전히 바뀌나 

 지난해 12월 초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현재 건설(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유지보수(코레일)가 나뉘어 있는 현 철도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과 유지보수의 주체가 분리되면서 철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차제에 현재의 철도 구조를 다시 점검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현 철도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현 철도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건설과 유지보수의 일원화 문제 등 철도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 용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역에 나란히 서있는 철도 쌍둥이 빌딩. 왼쪽이 코레일, 오른쪽이 철도시설공단 사옥이다. [중앙포토]

대전역에 나란히 서있는 철도 쌍둥이 빌딩. 왼쪽이 코레일, 오른쪽이 철도시설공단 사옥이다. [중앙포토]

 단순하게는 건설과 유지보수를 합쳐서 시설공단이 맡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이번 기회에 철도 관제를 포함해 모든 철도 분야의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지주회사 밑에 ▶고속철도 ▶일반철도 ▶건설·유지보수 등의 독립된 자회사를 두는 방식도 얘기된다.

 이 틀 안에서 KTX와 SRT를 각각 독립 자회사로 만들어 경쟁 효과를 유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한 저항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지보수 인력을 시설공단에 넘길 경우 노조원 상당수를 잃게 되는 철도노조의 반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⑤포화 논란 속 신규항공사 면허 

 현재 진행 중인 신규항공사 면허 심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객 분야에는 현재 에어로K,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에어필립 등 4개 회사가 신청을 했다. 2월 말 또는 3월 초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관심의 초점은 몇 개 항공사가 새로 면허를 따느냐이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하나같이 "승객 증가세가 꺾였다. 이미 항공시장은 포화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 항공승객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승세가 꺾였다는 부정적 해석도 나온다. 추석 연휴 인천공항을 가득 메운 여행객들. [연합뉴스]

국내 항공승객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승세가 꺾였다는 부정적 해석도 나온다. 추석 연휴 인천공항을 가득 메운 여행객들. [연합뉴스]

 이 때문에 몇 개 항공사가 신규 진입하느냐에 따라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역별로 항공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심사 결과에 따라 지역별 반발도 예상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올해는 유독 민감한 교통 이슈가 많다"며 "섣부른 정책 결정보다는 심도 있는 연구 용역과 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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