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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증가 3분의 1토막…고용 성적 금융위기 후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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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가 지난해 참혹한 고용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취업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게 늘었고, 실업자 수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대형 외부 충격이 없었던 지난해에 이처럼 고용이 나빠진 건 이례적이다.

작년 일자리 증가 9년 만에 최저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 #홍남기 “에코 세대 노동시장 진입 #향후 3년 취업 굉장히 어려울 것”

9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682만2000명이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1만6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지난해 7월 ‘하반기 이후 경제 여건 및 정책 방향’에서 대폭 낮춘 전망치(18만 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해 11월(16만5000명)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이는 정부의 단기 공공 일자리 공급에 따른 ‘반짝 효과’라는 분석이다. 12월에는 다시 3만4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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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실업자도 전년 대비 5만 명 증가한 107만3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실업률도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3.8%로 2001년(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것이 위안이었다.

산업별 취업자 증가 규모도 망가진 고용 상황을 보여준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에서 지난해 일자리 5만6000개가 사라졌다. 경비원, 빌딩 청소원 등 취약 계층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6만3000명이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도 각각 7만2000명·4만5000명씩 취업자가 감소했다. 반면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7만6000명)과 농림어업(6만7000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지난해 고용 참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동차·조선·해운 등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이 저하됐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일변도의 정책이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은 채용을 줄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새로운 취업의 문이 좁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는 외환위기로 흔들리던 90년대 말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과는 달리 외부 충격이 없었던 상황”이라며 “고용이 나빠진 것에 대해 정부가 펼친 정책의 부작용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고용시장의 한파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0.9% 올랐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인상하는 바람에 인력을 줄이는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경제적 약자 계층을 중심으로 올해 고용시장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제조업이 무너지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업종과 자영업도 타격을 받는다. 과당경쟁과 내수 침체에 따른 내수 산업의 업황 위축도 여전하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적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가 여전한 와중에 무인 자동화 기기의 확산, 생산 기지 해외 이전 등이 겹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며 “올해 개선된 고용지표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2019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 참가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가 노동시장에 많이 진입하는) 2021년까지 3년은 취업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 일자리 15만 개를 만드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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