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창동부녀회, 노숙자들에 영화 상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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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일 오후 영등포구 공원 내 야외 공연장에서는 '2003 영등포 거리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제라 해서 무슨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인근의 노숙자들을 위한 영화상영이었다. 이날 노숙자 1백50여명과 주민 50여명 등 2백여명이 관중석에 앉아 '집으로'란 영화를 관람했다.

이날 행사는 강서구 염창동아파트연합자원봉사부녀회(회장 김복남.57)가 주관했다. 회원 20여명은 오후 5시부터 영등포 역사 앞에서 '노숙자와 함께하는 영화제'홍보물을 나눠주며 지역주민의 참여를 부탁했다.

김회장은 "가족 등 주민들이 많이 참가해 노숙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끝나자 노숙자들의 회한과 감동이 가을밤을 가득 채웠다. 노숙자들은 슬퍼하며 서로 얼싸안고 울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한참 눈시울을 붉히던 노숙자 박기복(45)씨는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딸이 보고 싶다"며 "빨리 자립해 가족들을 찾고 싶다"며 울먹였다.

회원들은 오후 10시부터는 준비해온 콩나물 국밥을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느라 바빠졌다.

부녀회는 거리영화제를 6월 25일 처음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부녀회는 노숙자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면서 다가갔다.

98년 이후 결식아동 밑반찬.장학금 지원 등 불우이웃 돕기활동을 해오던 1백40여명의 회원은 20명씩 조를 짜 영등포 역사 2층에서 매주 수요일 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콩나물국밥.김치 등을 준비해 노숙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한달에 1백여만원이 드는 봉사기금은 바자.포장마차 등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새옷 2백여점 등 옷 1천2백점과 새 양말.구두 1백20켤레를 제공했다.

부녀회는 월 1회 상영하던 영화를 9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밤에 열며 식사도 제공한다. 부녀회는 "앞으로 우리 능력이 닿는 데까지 노숙자 프로그램을 개발.발전시켜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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