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단사표」정치쟁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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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는 29일 민주당 심완구의원의 경찰관 손찌검사건으로 수천 명의 경찰관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사태에 대해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배경과 책임을 가리는 한편 국회차원에서 그 처리책을 마련할 것을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야당 측은 경찰관의 집단사표제출행위는 심 의원의 폭행사건과는 별도의 사건으로 공무원의 기강을 흔들고 국법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 국회 내무위의 소집·국정조사반 파견 등을 통해 진상을 추궁하고 책임자의 인책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정치문제화 하고있으나 정부·여당 측은 경찰관의 집단행동은 유감스런 사태이나 문책할 단계는 아니라며 책임추궁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민정당=정부는 경찰의 집단사표제출사태와 관련한 경찰간부의 인책문제는 심완구 의원의 구타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난 다음 검토할 예정이다. <관계기사 3면>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29일 『현 단계에서 경찰의 사표제출은 조직적인 선동이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며 자연발생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전제, 『따라서 경찰의 사표제출로 인한 기강문제는 심 의원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토할 것이며 지금은 문책문제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현재사표를 제출한 경찰은 3천2백여명이며 그들의 행동은 집단이 아닌 개별 행동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하고 경찰은 그 이상 사표제출을 확대하지 않고 당장 시급한 노사분규 등 시국치안에 전념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당국자는 심 의원의 실정법위반과 경찰의 사표제출은 별개로 다뤄야 하며 집단사표 제출이 내무기강 확립의 차원에서 일단 짚고는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5월1일 「메이데이 총파업」등 당면 시국사태가 수습되고 검찰수사결과가 밝혀지는 대로모종의 후속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민정당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이한동내무장관과 조종석치안본부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당직자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 심 의원문제는 법적 처리와 국회에서의 징계고려와는 별도로 민주당 측이 엄중한 자체처리를 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경찰에 대해서는 이번과 같은 집단행동의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박희태대변인은 회의 후 『공무를 집행중인 경찰간부를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함으로써 경찰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사기를 저하 시킨데 대한 울분의 표시로 집단사표를 낸 심정은 이해하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이러한 집단행동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회의에서 조종석치안본부장은 보고를 통해 『근로자조사과정에서 전자봉을 전혀 사용한 일이 없다』고 전자봉 고문사실을 부인했다고 박대변인은 전했다.
◇야당=평민당의 김대중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집단사표는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추궁해야한다』고 말하고 『이와 함께 사랑 받고 신뢰받는 중립적인 경찰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찰중립화법을 서둘러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경찰의 태도는 지나친 과잉반응이고 진의를 의심케 하고 있다』면서 『심 의원의 행동과 경찰의 집단사표행동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찰관집단사표가 국가를 흔드는 중대사태라고 중시, 5월 임시국회에서 집단사표의 배경과 전자봉고문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조사권발동과 청문회개최를 요구키로 했다.
민주당은 또 임시국회에 앞서 내무위소집을 추진, 사태경위와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강력 요구하고 조사반의 활동방해를 추궁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결의문을 채택, 『경찰관 집단사표사태가 발생한 것은 문제를 고의적으로 확산시켜 고문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 『공무원의 집단행위금지를 규정한 국가 공무원법 66조를 위반한 위법행위의 진상과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결의문은 『마-창 지역 노사분규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경찰의 전자봉고문 때문』이라며 『우리 당은 조사반활동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으며 조사를 계속, 그 전모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화당도 이날 당직자회의를 열고 경찰관집단행동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내무위소집을 요구키로 하는 한편 경찰의 집단행동중지를 촉구키로 했다.
김문원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 『경찰의 집단사표 제출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로 즉각 중지돼야한다』고 말하고 『정부는 법률에도 금지된 이번의 집단행위를 계기로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잡는 한편 경찰기구의 중립성 보강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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