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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오늘 총파업···밤샘 노사 협상 끝내 결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국민은행이 끝내 파업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다. 이 은행 노동조합은 당초 예고한 대로 8일 하루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3000만 명이 넘는 은행 고객들의 혼란과 불편이 예상된다. 이 은행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2000년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은행 노사는 8일 새벽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임금피크제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남성 직원 평균 연봉 1억1000만원  

이 은행이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원이었다. 특히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으로 여성 직원(7100만원)보다 4000만원가량 많았다.

억대 연봉의 은행원들이 거액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여론의 시선은 따갑다.

이 은행 노조는 7일 오후 9시부터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9000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파업 전야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8일 오전 9시30분부터 파업 집회를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허인 국민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국민은행은 8일 영업 개시 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 파업으로 문을 닫는 점포의 현황을 파악해 고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은행 측은 비조합원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력, 본부 파견 인력 등을 활용해 전국의 1057곳 점포 중 최대한 많은 점포의 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근무 인력 부족으로 문을 여는 점포에서도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고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측은 인터넷 공지를 통해 “가급적 8일을 제외한 다른 영업일에 영업점 방문을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

사측 "수당 포함 성과급 300%" VS 노조 "조건부 성과급 거부"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맞선 쟁점은 성과급 지급 규모였다.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에 앞서 허인 국민은행장은 최대 쟁점인 성과급 지급에서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행장은 7일 오후 사내방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보로금(특별 보너스)에 시간외 수당을 더한 300%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용자 측은 성과급과 시간외수당을 합쳐 250% 수준을 제시했고, 노조는 300% 이상을 요구해왔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허 행장의 제안에 대해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 조건이 달려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은행 경영진 54명은 파업으로 영업 차질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조건부 사임 의사도 밝혔다.

노조의 파업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이미 2차 파업도 예고했다. 사 측과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의 이틀에 걸쳐 2차 파업을 벌이고, 그래도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3월 말까지 추가 파업과 집단휴가 등 준법투쟁을 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예고한 2차 파업 기간은 설 연휴(2월 2~6일)를 앞두고 자금 수요 등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고객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간 또 다른 쟁점은 임금피크제 개시연령이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현재보다 1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사 측은 지점장ㆍ부장급은 1년, 팀장ㆍ팀원 급은 6개월 연장을 제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신입 행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도 첨예한 쟁점이었다. 당초 사 측은 전 직급 확대를 주장했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선으로 절충안을 내놨다. 노조는 페이밴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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