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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 "조기 해결"합의에도 日방위성 “한국 영상,배경음악만 요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일 양국이 '레이더 조준'과 징용 판결 문제로 격돌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이 4일 신년인사를 겸한 전화통화를 했다.

갈등 격화에 양국 장관 전화 통화, 갈등 관리 나선 듯 #일본 방위성, 공식 반응 없지만 내부는 부글부글 #자산 압류 관련 고노 "日기업에 불이익땐 대응조치"

30분간의 통화에서 두 장관은 우리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쏘았다는 논란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국방당국간 협의를 통한 조기 이견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 외교부 제공]

고노 외상은 통화 뒤 기자 회견에서 “양국 방위당국이 사실관계 확인을 확실히 해서 되도록 조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게 베스트(최선)라는데 강 장관과 나의 인식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국방당국 간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양 장관이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고노 외상은 ‘레이더 문제와 관련해 강 장관으로부터 사과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징용 재판 원고측이 피고측인 일본기업 신일철주금에 대한 한국내 자산 압류를 법원에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고노 장관은 기자들에게 “(자산 압류를 비롯한 징용 판결을)일본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관계 부처들과 연계해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그 이전에 한국 정부가 (먼저)확실히 대응해 주길 바란다”는 자신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당분간은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 지를)지켜보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선 국제법에 기초한 의연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일본기업에 대해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일단 지켜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일본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결론이 나올 경우 법적ㆍ정치적 대응조치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고노 외상은 “이낙연 총리 주도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미치지 않도록 확실한 대응을, 되도록 빨리 해달라고 (강 장관에게)말했다”고 소개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7월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7월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회견에서 그는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이 생기면 당연히 다양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했지만 그 대응 조치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 장관은 징용 재판 원고측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국내 자산 압류’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노 외상은 “자산 압류 신청은 했지만 (압류한 자산을 원고측이 받기 위한)‘현금화 조치'는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강 장관의)설명이 있었다. 원래는 자산압류 신청과 함께 해도 되는 것이지만 이번엔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통화 시점과 전반적인 대화 내용을 볼 때 '레이더 조준'과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 압류 신청 등으로 양국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격화되자 양국 장관이 나서 ‘상황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전화 통화를 마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노 외상의 목소리 톤도 비교적 온화했다.

일본 방위성의 레이더 영상 공개에 맞서 한국 국방부가 이날 우리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상을 공개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내용에 일본 주장과 다른 점이 보인다. 방위당국간에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냈을 뿐 격한 항의는 없었다.

그리고 이날 열린 아베 신조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 외교부도 “양 장관이 금년에도 지속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격하게 끓어오르던 양국간 갈등이 이번 전화 통화를 계기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지지통신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내부는 한국의 영상 공개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일방적이고 근거없는 주장” “배경음악만 요란하고 알맹이가 없다” “잡음으로 무선이 안들린다 했는데 함선 번호는 들린다. 반응 안한 건 이해 못한다”고 부글댔다고  한다.

두 장관의 기대처럼 상황이 가라앉기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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