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권유 … 이적 … 부상 … 2군 추락 … 현대 홍원기 "설움 날려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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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고 코치해라. 코치 자리가 누구에게나 다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김경문 두산 감독

"지금 그만두면 미련이 남아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더 뛰고 싶습니다."-홍원기(현대.사진) 전 두산 3루수

지난겨울,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내야수 홍원기(33)는 김경문 감독에게서 은퇴 권유를 받았다. 구단은 FA 권리를 포기하고 은퇴하면 코치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홍원기는 고민했지만 결국 '현실'보다는 '꿈'을 좇아가기로 했다. 그는 구단의 제의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로 거절했다. 그리고 FA 시장에 나갔다.

용기 있게 FA 시장에 나갔지만 연봉 1억원짜리 백업내야수 홍원기에게 보상선수까지 내주며 러브콜을 보내는 구단은 없었다. 그는 결국 두산과 연봉을 낮춰 8000만원에 재계약하고, 현대로 트레이드되는 형식으로 선수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홍원기에게 부상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허리가 아팠다. 병원에서 보름을 울었다. 그는 2군에서 재활을 하면서 기다렸다. 10일 외국인선수 서튼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자리가 생겼다. 김재박 감독은 홍원기의 경험과 열정을 택했다.

11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갔다. 그리고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기회가 왔다. 타석에 서자마자 참아왔던 울분을 봇물처럼 터뜨렸다. 2경기 연속 4타수 3안타 2타점. 15일 수원 KIA전에 앞선 중계방송 화면에 그는 '크레이지 모드'의 상승세를 보이는 선수로 표현됐다. 그리고 이날도 4타수 2안타에 호수비를 펼쳐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어떻게 잡은 기횐데요… 저,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 한마디에 홍원기의 모든 게 담겨 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최준석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SK를 7-3으로 꺾고 8연승의 상승세를 보이며 4위로 뛰어올랐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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