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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세계경제 운명 가를 5대 변곡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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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글로벌 이벤트

글로벌 이벤트

세계 경제가 다시 ‘시계(視界) 제로’의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성장세 둔화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 전반에 타격을 줄 휘발성 높은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당장 북미 지역 초관심사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비준부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표결, 임시 휴전에 들어간 미·중 무역협상까지,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올해 5대 변곡점을 정리했다.

미리 보는 글로벌 이벤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비준 땐 #한국 자동차 25% 수입관세 우려 #미·중 무역협상 합의 틀어지면 #중국 성장세 둔화로 주변국 타격

1월 3일-USMCA 비준 논의 개시

3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미 의회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USMCA 비준을 논의한다. 협정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각 연간 자동차 260만 대에 한해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면제받는다. USMCA가 비준되면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독일·일본 등에서 생산한 수입차에 25% 관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수입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수입 완성차에 고율관세를 새로 부과할 경우 특히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대수 감소율이 22.7%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일본(21.5%)·중국(21.3%)·독일(21.0%) 순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조속히 비준하지 않을 경우 NAFTA를 탈퇴하겠다”며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친(親)노동자 조항 추가를 요구하고 있어 비준이 지체되거나 보류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 국가가 ‘무협정’ 상태에 놓인다면 당사국 간 관세가 최대 150%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월 셋째 주-브렉시트 표결

이달 14일께 브렉시트가 의회 표결에 부쳐지면 영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표결 시한은 3월 29일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합의안은 ‘소프트 브렉시트(11월 25일 합의)’다. EU 관세동맹에 한시적으로 잔류(backdrop)하는 조건이다. 반면에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하드 브렉시트’가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형태든 브렉시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는 미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영국 내 최대 투자국(약 5880억 달러)인 미국 기업이 현지 사업을 철수하면 현지 직원 100만 명의 고용 신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EU 시장과 교류하는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내 자동차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EU 국가에 수출하는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당분간 공장 운영 중단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시나리오는 또 있다. 영국이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다. 이 경우 관세 부과를 막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영국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74.9%(담배) 오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소프트 브렉시트의 경우 EU 국내총생산(GDP)이 0.04% 감소하는 반면, 노딜 브렉시트는 1.5~1.6%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월 1일-미·중 무역전쟁 휴전 끝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1일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 기한은 오는 3월 1일이다. 지난해 양국은 3600억 달러(약 403조원)어치의 양국 수입품에 관세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관세율을 대폭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무역전쟁 합의가 불발될 경우 그 여파는 세계 경제로 번지게 된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라 주변국이 덩달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FT는 한국 자동차, 호주산 철광석, 태국 관광 등이 중국 수요 둔화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꼽았다. IMF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세계 교역 증가율이 지난해 4.2%에서 올해 4.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3, 6, 9 12월-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예상을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낮췄다. 미국과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속도 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 금리인상 속도조절 못하면, 신흥국 국제자본 엑소더스 가능성 

Fed는 지난해에만 총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 Fed의 금리 인상 횟수와 강도는 결국 ‘신흥국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고위험군 국가로 터키·아르헨티나·이집트·미얀마·남아프리카공화국·우크라이나 등 6개국을 꼽았다. Fed가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과 금리 차 확대로 인해 이들 국가 내 국제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흥국 일부에선 국제자본 엑소더스 조짐이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유출된 투자 자금은 261억 달러(약 29조원)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국 외환위기설도 흘러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는 평균 13%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4~5월 인도·인도네시아·유럽의회 선거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선거가 곳곳에서 열린다. 인도·인도네시아(4~5월)와 유럽 의회(5월 23~26일) 선거가 대표적이다.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제조업 육성이 핵심인 ‘모디노믹스’를 내걸어 연평균 7% 이상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승리할 경우 더욱 수월하게 외국 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전망이 밝진 않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5개 주(州) 지방선거에서 모디 총리의 BJP가 전패했다.

유럽의회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극우 정당 득세 여부다. 이들이 유럽의회를 장악해 ‘선심성 지출’을 확대할 경우 국가별 재정 건정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각국에서 힘을 얻고 있는 민족주의 득세 파장에 비하면 브렉시트는 그저 해프닝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 이상의 불확실성이 유럽 대륙을 덮칠 수 있다는 경고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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