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화전』 「매국6적」뒤집는 새 주장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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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말의 매국 6적으로 시위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박용화(당시 제실 회계번사국장)가 실은 그의 배일활동 때문에 친일단체인 일진회가 보낸 자객에게 암살됐다는 주강이 나왔다.
작가 임중빈씨가 최근 펴낸 『박용화전』 (일조각간)은 당시 주한일본공사관 서기관 삼촌준의 일기에 근거해 이같이 쓰고 있다.
「삼촌준일기」에는 『이등이 박용화를 처치곤란해 하는 것을 알고 일진회가 사람을 시켜 죽이게 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일기는 일본이 극비문서로 분류, 보관해 왔는데 비밀해제 후 사학자 최서면씨가 동경에서 복사본을 입수, 83년 국내에 반입했다.
한말의 거유 황현의 『매천야녹』에는 박용화를 이완용 등의 5적에 이어 6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헤이그밀사들의 「공고사」에는 『전협변 친일파 박용화는 시위대에 의해 노상에서 암살되었다』고 씌어져 있어 박용화의 친일이 정설로 굳어져 왔다.
『박용화전』은 또 박용화가 1907년 헤이그만국 평화회의 밀사파견의 실질적 막후 주역이었다고 주장, 주목을 끈다.
이완용·송병준 등의 친일대신 등에 겹겹이 에워싸인 고종으로서는 이준과 독자모의란 불가능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용화가 고종의 의중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당시 박용화는 돈을 만지는 회계국장으로서 고종과 친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관이었다는 게 이를 더 뒷받침한다고 임씨는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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