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에너지원 개발에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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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상온에서의 핵융합연구가 세계 도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핵융합현상에 대한 실험이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은 비록 현상을 확인하는 실험에 불과하지만 외국의 성공소식을 듣고 착수한 지 한달도 안돼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과학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상희 과기처장관은 상온 핵융합반응실험 성공을 계기로 이 연구의 가속화를 위해 대학·연구기관의 관련학자를 결속, 범국가연구팀을 4월중에 결성하고 우선 10억원의 예산을 추가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핵융합이란 두 개의 원자핵이 하나로 융합해 전혀 다른 하나의 원소로 변환하는 핵반응으로 이 때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각국이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양에너지발생도 핵융합에 의한 것으로 융합에는 1억도 이상의 플래즈마상태에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도 거의가 고온 플래즈마에 의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극한상태유지를 위한 수십억달러이상의 시설이 필요하고 고온에 견디는 재료개발 등 어려움이 많아 50년이내에는 실용화가 어려운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온에서의 융합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3일 「폰스」(미·유타대)와 「플리시맨」(영·사우샘프턴공대)이 상온에서 전기화학반응에 의한 핵융합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브링검영대·텍사스농공대·조지아공대·일본 동경농공대·소련 모스크바대 등에서도 반론이 많은 가운데 성공했다고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실험에 성공한 한국과학기술원 윤경석박사 (50·전기화학·책임연구원)와 한국화학연구소 이규호박사 (37·고분자학학·선임연구원)는 백금(양극) 과 팔라듐(음극)을 양극으로 한 핵융합을 위한 전기분해장치에 중수소를 넣은 후 전류를 통하게 하고 융합현상을 확인하는 「폰스」교수와 같은 실험방법을 응용했다.
이박사는 유리로 만든 30㏄용량의 특수 전기분해용기를 고안, 20㏄정도의 중수를 넣고 25V이내의 전압을 여러 크기로 변화시키면서 질량분석기·신틸레이션계수기 (방사선측정기) 등 측정장비를 이용해 전기분해현상을 관찰했으며 윤박사도 비슷한 방법이었다.
핵융합의 발생증거를 확인하는 방법에는 ▲3중수소의 생성 ▲헬륨의 생성 ▲감마선·베타선 및 중성자발생확인 등이 있는데 이박사는 지난 12일 베타선을 감지했으며 18일에는 헬륨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
윤박사도 지난달 29일 실험에 착수한 이후 지난 4일에 베타선을 확인했고 17일에는 3중수소 방출을 감지했다고 하는데 현재 변화현상을 계속 추적중에 있다.
이밖에도 서울대·한양대·포항공대 등 대학과 에너지연·표준연 등 연구기관에서도 레이저플래즈마 등 핵융합관련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는데 인력자원 이용과 연구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핵융합발전은 그 연료인 중수소 (양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된 수소)가 해수 1ℓ에 34g(중수소 1g은 석유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낸다)이 녹아있을 정도로 무진장하고 방사성 폐기물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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