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좌충우돌 자청한 '튀는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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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자타가 '튀는 공무원'으로 인정하는 최낙정(50)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장관이 된 뒤에도 매일 아침 손수 운전해 출근한다. 오전 7시부터 영어학원 수업에 참석해야 하는데 비서관이나 운전수가 대기하는 게 싫어서다.

영어실력도 매일 쓰지 않으면 녹슨다는 생각에 고급 영어 시사토론반에 등록해 벌써 2년넘게 다니고 있다.

崔장관은 "윗사람이 권위주의를 내세워 아랫사람을 부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관 시절 수십명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장관이 전용 엘리베이터를 여유있게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언젠가 (장관이 되면)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윗사람을 위해 보고서만 잔뜩 만드는 공무원보다 문제 의식을 갖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두껍게 만든다고 국민 생활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崔장관은 "국무위원은 자기 부처의 업무만 아니라 국정 전반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자리"라며 "앞으로 해양부 업무뿐 아니라 다른 부처의 업무도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무회의에서 좌충우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타 부처 업무에 많이 간섭할 생각이니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선배장관들은 박수갈채로 그를 격려했다.

崔장관은 벌써부터 다른 부처에 대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학교나 학원의 이해가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교육 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그는 "대통령은 나라의 큰 머슴이고 국무위원은 작은 머슴으로, 큰 머슴이 일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 직언하겠다"며 "장관이 된 뒤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나 시중의 평가와 평소 소신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崔장관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만같은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지금부터는 기업하기 나쁜 여건을 철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 '공무원은 좀 튀면 안되나요'라는 저서를 통해 '튀는 공무원론'을 피력해 온 崔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모난 돌이 돼 정을 맞더라도 소신껏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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