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한 프랑스' 해볼만 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의 주장 지네딘 지단(왼쪽)이 1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벌어진 독일 월드컵 G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축구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두번째 경기인 프랑스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프랑스 축구는 그동안 힘과 기술을 겸비한 아트사커로 불리며 난공불락의 성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위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를 분석해보면 프랑스 축구의 핵으로 꼽히는 지네딘 지단의 노쇠화가 역력했고 그에 따라 공격수들의 예리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지네딘 지단을 묶는데 성공한다면 프랑스가 스위스보다 오히려 편한 상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축구의 핵은 역시 지네딘 지단이다. 지단은 현재 최고의 '중원 사령관'으로 불리며 세계 축구를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전에서 나타난 지단의 발끝은 세월의 흐름 앞에 갈수록 무뎌져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단은 이날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며 경기를 조율했지만 결국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지켜봐야만 했다. 프랑스는 이날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앙리 원톱을 세웠고, 스위스의 측면 미드필더인 트란퀼로 바르네타 등이 스피드가 좋아 클로드 마켈렐레와 파트리크 비에라 같은 공격력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공격 가담을 자제했다. 프랑스의 공격은 지단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스피드를 활용해 전방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중앙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와 좌.우 측면 공격수 프랑크 리베리, 실뱅 윌토르 등에게 패스를 연결해 결정짓게 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다.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프랑스의 지단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었다"며 "하지만 대표팀 은퇴 발표를 뒤집고 이번 월드컵을 위해 '백의종군'한 지단은 전성기 때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패스 연결도 매끄럽지 않았고 활동 반경도 그리 넓지 않아 마크가 어렵지만은 않아 보였다는 것이다. 서형욱 MBC해설위원은 "지단의 플레이는 따로 마크맨을 붙일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고 혹평했다. 그는 "지단과 공격수, 특히 간판 골잡이인 앙리와 호흡이 잘 안 맞는 모습이었고 패스 속도와 방향이 앙리의 뜻과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남일(수원)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등 경험많은 아드보카트호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노쇠한 지단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결국 프랑스전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수 조율의 키를 쥐고 있는 지네딘 지단이 전방 공격수 3명에게 찔러주는 패스를 미리 차단하고, 티에리 앙리나 프랑크 리베리 등 스피드가 좋은 상대 공격수들이 공간을 침투하지 못하도록 수비를 깊게 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재훈 위원은 또 "세트플레이 때 릴리앙 튀랑이나 파트리크 비에라 등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도 위협적이어서 이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아드보카트호가 1대 1 능력에서 프랑스보다 뒤지고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리베리나 앙리 등 발 빠른 선수들이 파고들 공간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디지털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