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성∙김제∙순천, 물산 넉넉한 고장 화려하고 양념 진한 김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우리나라 김장의 실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10월 말~12월 중순 전국 9곳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자연환경에 따라 ▷동부 산간지역 ▷서부 평야지역 ▷동서 해안지역 ▷섬 지역 4개 권역으로 나눠 살펴봤다. 지역별 김치는 대동소이(大同小異)했지만, 작은 특성이라도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번 주에는 서부 평야지역인 개성∙김제∙순천의 김장을 소개한다(김장 날짜순).

개성찬방: 모녀 3대 내림 개성 음식…서울서 담근 보쌈김치

보쌈은 익숙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음식점 간판에서 흔히 보기 때문이다. 대개는 양념이 진하고 단맛 나는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에 생굴을 떠올린다. 하지만 보쌈김치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보자기처럼 펼친 배춧잎에 양념 버무린 내용물을 싸서 담그는 김치가 보쌈김치다. 개성 지역 대표 김치로 꼽힌다.

김칫소를 소복이 쌓은 위에 잣을 흩뿌리고 저민 밤, 석이 채, 실고추를 고명으로 올린다.

김칫소를 소복이 쌓은 위에 잣을 흩뿌리고 저민 밤, 석이 채, 실고추를 고명으로 올린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이제 흔히 보기는 어려워졌는데 10월 31일 서울 방배동에서 ‘개성찬방’을 운영하는 엄지아(41)씨가 보쌈김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오전 8시를 갓 넘긴 시간에 현장 한식의 대가이자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조희숙(60) 셰프도 ‘어씨[assist∙보조]’를 자처하며 조리대에 나란히 섰다. 그가 보쌈김치를 모를 리 없지만,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엄씨의 보쌈김치를 경험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한 것이다.

조희숙 셰프(오른쪽)와 엄지아씨가 보쌈김치에 들어갈 배와 생강을 손질하고 있다.

조희숙 셰프(오른쪽)와 엄지아씨가 보쌈김치에 들어갈 배와 생강을 손질하고 있다.

엄씨의 외할아버지는 개성, 외할머니는 황해도의 곡창 연백 출신이다. 외조부는 서울 유학 중 결혼한 큰 누님 집에 기숙했다. 청년기에 솜씨가 뛰어난 큰 누님 음식으로 미각을 연마했다. 결혼 후에는 ‘황해도 음식 맛없다’고 부인의 솜씨에 자주 타박을 했다(개성은 경기도). 외조부는 거의 날마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했다. 엄씨가 기억하는 외할머니는 늘 음식을 하는 모습이다.
미각이 아주 예민한 어머니 이 여사(64)는 서울 저동에서 큰 갈빗집을 운영했고, 양재동에서 골뱅이무침 집을 하기도 했다. 엄씨는 어머니의 감각과 솜씨를 물려받았다.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자주 봐서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옆집 친구네 깍두기를 담가주고 온 적도 있다. 9월부터 어머니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개성찬방’을 운영하고 있다.
 배추는 전날 절여 두고 31일 아침 양념 준비부터 보쌈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다.
배추는 네 쪽으로 나눠 절였다. 처음 소금을 너무 적게 넣고(염도 3%) 절이다가 배추가 살아나 소금을 다시 지르고 절이느라 전체로 18시간쯤 절인 듯했다. 어머니는 배추를 소금물에 담가 절이는 걸(침염법) 맛있는 물 빠져나간다고 싫어한다. 그래서 배추에 직접 소금을 뿌려 절인다(건염법). 조 셰프는 “염도가 10~15%는 돼야 한다”고 일러줬다.

개성 보쌈김치에 들어갈 재료들. 고춧가루와 생태 살은 사진에 없다.

개성 보쌈김치에 들어갈 재료들. 고춧가루와 생태 살은 사진에 없다.

양념 준비 과정을 시켜봤다.
생무는 가로 2~3㎝ 세로 4~5㎝ 크기로 얇게 나박 썬다. 배추 줄기 사이사이에 끼워 넣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두꺼우면 안 된다. 통배추 10포기에 큰 무 1개 정도 들어간다. 미나리와 쪽파는 4~5㎝ 길이로 자른다. 대파는 푸른 부분 빼고 흰 대만 잘게 썬다. 밤은 편으로 썰고, 씨를 뺀 대추와 마늘은 채 친다. 생강은 즙으로 짜고 홍시는 채에 걸러 껍질과 씨를 제거한다. 쇠고기 아롱사태는 삶아서 편으로 썬 밤 두께로 저민다. 생태는 2장으로 포 뜬 다음 세로로 반 갈라 1㎝ 길이로 자른다. 겉고명으로 쓸 실고추∙석이는 가늘게 채 치고, 통잣을 준비한다.
양념을 개는 물은 사태 삶은 육수와 표고버섯을 우려서 쓴다. 새우젓(육젓)은 다진다. 황석어 액젓은 군산에서 주문해서 쓴다. 항아리에 담근 젓갈 살이 흐물흐물 삭도록 묵혔다가 달여서 광목천에 12시간을 받혀 거른다고 한다.
고춧가루는 김칫소에 살짝 색을 내는 정도만 넣는다. 물김치의 주황색 정도면 된다. 배추 한 포기 당 2큰술 정도 들어간다.

개성 보쌈김치에 넣을 소를 만드는 첫 단계. 나박 썬 무에 고춧가루를 뿌려 색을 내고 엄지 한 마디 크기로 자른 생태 살을 섞는다.

개성 보쌈김치에 넣을 소를 만드는 첫 단계. 나박 썬 무에 고춧가루를 뿌려 색을 내고 엄지 한 마디 크기로 자른 생태 살을 섞는다.

담그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나박 썰어 둔 무에 새우젓 국물, 사태 육수와 버섯 우린 물을 부은 다음 다진 새우젓을 넣어 절인다.
②절인 무에 양건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 잘 버무려 색을 내고 저민 생태살을 섞는다.
(※엄씨 외가에서 예전에는 생태가 아니라 북어를 불려서 썼다 한다. 동해안 명태를 개성에서 생태 상태로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생새우도 있으면 넣는다. 굴은 아주 가끔 썼지만 거의 안 쓴다. 요새 흔히 넣는 낙지는 넣은 적은 없다.)
③절인 배추의 꼭지를 따고 줄기가 어린 속 고갱이 부분은 떼어낸 뒤 밑동 줄기 부분을 3~4㎝ 길이로 잘라 작은 그릇에 담아 둔다.
④절여 둔 무에 준비한 나물∙과실류와 생강즙, 속만 거른 홍시, 액젓 등을 넣고 버무린다.

준비한 재료를 모두 버무려 완성한 개성보쌈김치 소.

준비한 재료를 모두 버무려 완성한 개성보쌈김치 소.

⑤볼이 넓은 그릇에 배추 겉대 잎 4장을 십(十) 자로 엇갈려 놓고 잎을 넓게 펼친 다음 그릇 가운데에 잘라 둔 배추 줄기를 포기가 흩어지지 않게 둥그렇게 세워 앉힌다.
⑥배추 줄기 갈피마다 절인 무와 고기 등 속재료를 골고루 끼워 넣는다.

볼이 넓은 사발에 배추 겉잎 다섯 장을 둥그렇게 걸쳐 놓고 따로 잘라둔 밑동 줄기를 가운데 담았다.

볼이 넓은 사발에 배추 겉잎 다섯 장을 둥그렇게 걸쳐 놓고 따로 잘라둔 밑동 줄기를 가운데 담았다.

보쌈김치는 손이 많이 간다. 배추 줄기 갈피마다 김칫소를 골고루 끼워 넣어야 한다.

보쌈김치는 손이 많이 간다. 배추 줄기 갈피마다 김칫소를 골고루 끼워 넣어야 한다.

김칫소에 들어간 생태, 소고기 사태, 밤, 배 같은 중심재료가 적당한 간격마다 골고루 들어가도록 유의한다.

김칫소에 들어간 생태, 소고기 사태, 밤, 배 같은 중심재료가 적당한 간격마다 골고루 들어가도록 유의한다.

⑦갈피를 어느 정도 채우면 속재료를 맨 위에 소복하게 올린다.
⑧그 위에 통 잣을 술술 뿌린 뒤 가운데에 편으로 저민 밤을 연꽃처럼 동그랗게 펼쳐 놓고 실고추, 석이 채를 고명으로 올린다.
⑨십(十) 자로 펼쳐 놓은 겉대 잎을 오므려 감싼다. 이때 내용물을 단단히 눌러줘야 한다. 안 그러면 국물을 붓고 익힐 때 쌈이 풀어진다.
(※보쌈 겉대를 다 여미자 받침으로 쓴 그릇 위로 내용물을 싼 파란 배춧잎이 고봉밥처럼 불쑥 솟았다. 조 셰프는 “개성식이라 푸짐하다”고 말했다.)

속을 다 채운 다음 배춧잎을 보자기처럼 이용해 내용물을 싼 김치. 그래서 이름이 보쌈김치다. 줄기 위로 소를 많이 올려 고봉밥처럼 불룩하다. 조희숙 셰프는 ’개성 음식이라 푸짐하다“고 말했다.

속을 다 채운 다음 배춧잎을 보자기처럼 이용해 내용물을 싼 김치. 그래서 이름이 보쌈김치다. 줄기 위로 소를 많이 올려 고봉밥처럼 불룩하다. 조희숙 셰프는 ’개성 음식이라 푸짐하다“고 말했다.

⑩보쌈김치를 통에 차곡차곡 쌓고 상온에서 3~4일 뒀다가 남은 국물(새우젓국, 사태 육수, 버섯 우린 물 섞은 것)을 붓고 1~2일 숙성 후 냉장고에 넣어 이틀 뒤에 먹으면 맛이 가장 좋다. 김치 익는 속도와 국물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섞는다. 전체적으로 약 일주일 걸리는데, 상온의 온도에 따라 조금씩 가감한다.
손재주가 좋았던 엄씨의 외할머니는 집에서 손님 초대 음식도 요정처럼 차렸다. 황해도 음식 맛없다고 무시하는 남편 때문에 더 열심히 한 듯하다. 통배추 김치는 평생 안 담갔다. 김장 때는 보쌈김치와 양배추 물김치만 담갔다. 도와주겠다는 사람 다 물리치고 혼자 사흘 동안 김장을 했다. 쌈김치에 쓸 배추 줄기를 잘라 커다란 함지에 가득가득 담은 걸 방안 가득 준비해 혼자서 속을 다 채우고 여며서 쌌다. 잘라낸 잎부분은 단호박 뚝뚝 잘라 넣고 황해도식 호박지를 담갔다가 익으면 자작하게 지져 먹는다.

쌈을 마친 김치를 통에 담고 풀어지지 않도록 안에 누르는 물건을 올린 다음 뚜껑을 닫았다. 이 상태로 상온에서 3~4일 뒀다가 국물(젓국+사태 육수+표고 우린 물)을 붓고 1~2일 숙성 해 냉장고에 넣어 이틀 뒤에 먹으면 맛이 가장 좋다.

쌈을 마친 김치를 통에 담고 풀어지지 않도록 안에 누르는 물건을 올린 다음 뚜껑을 닫았다. 이 상태로 상온에서 3~4일 뒀다가 국물(젓국+사태 육수+표고 우린 물)을 붓고 1~2일 숙성 해 냉장고에 넣어 이틀 뒤에 먹으면 맛이 가장 좋다.

외할머니 음식을 어머니가 물려받았고, 엄지아씨는 어머니에게 배워 ‘개성찬방’을 열어 모녀 3대가 개성 음식문화의 맥을 잇고 서울에서 솜씨를 펼치고 있다.
사실 (보)쌈김치는 속이 꽉 차는 결구형(結球型) 배추가 없던 환경에 적응해 만들어진 김치다. 개성지역 재래종 배추인 개성배추는 줄기는 길면서 겉잎이 크고 넓으며 고갱이가 거의 차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이 배추를 과부치마배추라 부르기도 한다. 한반도에 그나마 속이 좀 차는 반(半)결구종 조선배추가  탄생된 시기는 1850~1860년으로 추정한다. [박채린(2013), 『20세기 초반 한반도의 김장문화-통김치, 탄생의 역사』, 민속원, p. 22].
이 책에 따르면 “큰 배춧잎 안에 고명을 넣어 싸는 쌈김치는 … 길고 넓은 잎을 펼치고 그 안에 섞박지형의 김치를 담고 겉고명을 얹어 바깥 잎으로 싸매는 것인데 초창기 제법을 보면 개성배추의 형태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속고갱이가 거의 없고 길쭉하며 겉잎이 넓고 큰 개성배추는 통김치로 담기에 형태도 부적당하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원료의 특징에 맞는 제법으로 쌈김치를 고안한 것이다. … 쌈김치는 값비싼 제조 경비로 인해 대중성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손님 접대용이나 귀가(貴家)에서만 만들며 이어져 오다가 한국의 대표 고급김치”로 자리잡았다. (동 pp. 52~53)

김제 만경: 마당에서 키운 재래종 키다리 경종배추 김장

최선오(77) 여사는 현재 사는 전북 김제시 만경읍 문화마을 주변 2㎞ 안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 안에서 태어나 자라고 결혼하고 1남3녀 키워 딸들을 여의며 오늘에 이르렀다. 따로 배운 적 없지만 음식 솜씨 좋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친정에서 어머니 하는 거 어깨너머로 배웠고, 살면서 관심 있으니까 다른 사람 하는 거 눈 여겨 보며 배웠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솜씨를 네 자녀 중 외아들인 김홍필(52) 셰프가 물려받았다. 대학 조리학과를 나와 국내외 호텔을 거쳐 지금은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익산에서 ‘비비쭈꾸미’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경종배추(아래)와 일반 배추 김치. 경종배추 김치를 반으로 접어도 일반 배추보다 길다. [사진=황지희 요리연구가]

경종배추(아래)와 일반 배추 김치. 경종배추 김치를 반으로 접어도 일반 배추보다 길다. [사진=황지희 요리연구가]

이 댁이 11월 16~17일 김장을 했다. 최 여사 맏딸의 손녀까지 4대가 모였다. 매년 11월 셋째 주말에는 모든 형제가 모여 김장하는 걸로 정해져 있다. 금요일에 절이고, 토요일엔 양념 만들어 버무리고 김치를 나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최 여사로서는 스물세 살(1963년)에 결혼한 첫해부터 55번째 김장이다. 재래종 키다리 경종배추김치도 담근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찾아갔다.
이날은 김치를 담그면서 형제들이 올 3월에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화제 삼아 추모도 하고 우애를 다졌다. 아버지가 계실 때는 배추∙무 농사부터 김장 양념 비비기까지 모든 준비와 온갖 보조 역할을 다 했다고 한다. 이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김장은 설∙추석에 필적할 제3의 명절이었다.
올해는 일반 배추 140포기와 재래종 키다리 경종배추 약 30포기 김장을 했다. 최 여사 남편이 작고해 농사를 제대로 못 지어서 배추 일부와 무∙생강∙파∙쪽파만 직접 재배했다. 김장 배추는 만경읍 농협에서 수매해 절인 것을 1포기 3000원에 구입했다. 절인 배추를 비닐봉투에 7~8포기씩 담아 금요일 오후 6시쯤 트럭에 싣고 와 마당 거치대에 내려줬다. 내리자 마자 비닐봉투 바닥 쪽을 나무젓가락으로 찔러 물이 빠지도록 쌓아 뒀다.
배추를 재배해 직접 절일 때는 준비한 간물을 조금 붓고 배추 한 켜 깔고 소금 훌훌 뿌리고, 배추 한 켜 깔고 또 소금 훌훌 뿌리고 간물 부어주는 식으로 했다. 오전 10시에 소금물에 담가 다음날 아침 일찍 건져서 헹구고 물을 빼서 양념을 버무렸다. 푹 절이는 편이다. 갈피마다 소금을 뿌리는 건 예전에는 했지만 근래엔 힘들어서 못했다. 간물은 배추 100포기에 간수 뺀 소금 30㎏ 비율로 만들어 썼다.
배추를 절여 놓고는 각종 재료를 준비한다. 호남 곡창의 풍요로운 물산을 반영하듯 양념 재료가 다양하고 화려하다.

김칫소를 만드는 모든 재료를 한 자리에 모았다. 물산이 풍부한 호남 곡창 지역이라 다채롭고 풍성하다.

김칫소를 만드는 모든 재료를 한 자리에 모았다. 물산이 풍부한 호남 곡창 지역이라 다채롭고 풍성하다.

최순오 여사의 출가한 두 딸이 김장하러 와서 양념에 연근 가루를 넣고 있다. 김치에 연근 가루를 넣는 건 이 집 특유의 방법이다.

최순오 여사의 출가한 두 딸이 김장하러 와서 양념에 연근 가루를 넣고 있다. 김치에 연근 가루를 넣는 건 이 집 특유의 방법이다.

양념 개는 국물은 북어 대가리, 다시마, 통 양파, 디포리, 멸치, 고추씨를 넣고 달인다. 맛을 보니 진했다. 최 여사는 “건해물과 고추씨에서 나오는 맛”이라 했다. 김칫소에는 고춧가루, 무채, 당근채, 다진 생강∙마늘, 적갓, 쪽파, 대파, 미나리, 찹쌀풀, 통깨를 넣고 사과∙양파는 국물 붓고 믹서에 갈아서 넣는다. 사과는 껍질 깎고, 씨방을 도려낸다. 전라도 김장에는 대개 청각이 들어가는데 말린 것을 불려서 잘게 다져 넣는다. 특이하게 연근가루가 들어간다. 100포기에 1㎏ 정도 넣으면 김치의 보관성이 좋아지고 배추 줄기가 처음 담갔을 때처럼 아삭거리게 해준다고 한다. 통깨는 고소한 맛을 내려고 꼭 넣는다. 설탕은 100포기에 1.5㎏쯤 들어간다.

봄에 잡고기를 사다가 담근 ‘잡새기젓’에 끓는 물을 붓고 용수를 박아 젓국을 만들고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막히기 전까지 이 마을에서 바다가 멀지 않았다.

봄에 잡고기를 사다가 담근 ‘잡새기젓’에 끓는 물을 붓고 용수를 박아 젓국을 만들고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막히기 전까지 이 마을에서 바다가 멀지 않았다.

젓갈은 잡새기젓의 생젓국, 갈지 않은 새우젓(음력 6월 육젓), 까나리액젓을 쓴다. 생젓국은 봄에 집에서 담근 잡새기젓 항아리에 김장 직전 끓는 물을 부어 용수로 걸러 낸 것이다. 잡새기젓은 혼획된 잡고기를 가리지 않고 담근 젓갈이다. 만경강 하구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기 전에는 바다가 멀지 않아 봄이면 집집이 포구에서 재료를 사다가 젓갈을 담갔다. 요즘은 바다와 멀어져서 상인에게 재료를 부탁해서 담근다.
생새우(백하)는 통째로 넣고 갈치는 갈아서 넣는다. 지난해 김장 때는 생태 살을 발라 저며서 넣었는데 올해는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양념 재료를 모두 모아 놓은 자리에 시판 인공조미료 봉지가 있었고, 조금은 넣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김장이 끝날 때까지 넣지는 않았다.

비빈 양념에 무채를 넣고 다시 비빈 다음 갓?대파?미나리 같은 잎채소를 넣는다.

비빈 양념에 무채를 넣고 다시 비빈 다음 갓?대파?미나리 같은 잎채소를 넣는다.

양념을 버무릴 때 고춧가루∙액젓 같은 양념을 먼저 비비고 채소류 부재료는 나중에 넣는다. 채소에서 물이 나와 그런다고 했다. 완성된 양념은 달았다. 갈아 넣은 사과∙양파에서 부드러운 단맛이 나와 그렇다고 했다.
김치 양념을 4~5명이 함께 버무렸는데 사람마다 달랐다. 줄기를 하나씩 넘기며 안쪽 면만 조금씩 바르는 듯했는데 포기를 여미자 양념 색이 진했다. 김칫소 자체가 진해서 그런 듯하다. 최 여사 남편은 생전에 김장 때마다 “덜 짜게, 덜 맵게, 덜 달게, 미O 조금만 넣고” 하라고 당부했다. 딸들은 어머니가 김치를 유별나게 맵게 담갔다고 회상했다.
버무린 김치는 비닐 봉지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저장한다. 최 여사는 “땅에 묻은 항아리는 있지만 안 쓴다. 씻고 김치 넣고 꺼내 먹는 거 힘들어서 이젠 못한다. 동치미만 묻은 독에 담근다”고 푸념하듯 말했다. 그러자 도와주러 온 60~70대 아주머니 셋은 이구동성으로 “그래도 묻은 게 맛있기는 맛있어”라고 받았다.
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최 여사는 통마다 김치를 고르게 별러 담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장 끝나면 바로 수도권 집으로 돌아갈 세 딸 몫의 김치통이다.

최순오 여사가 마당 귀퉁이 땅에 묻은 동치미 항아리에 생 대나무 가지를 잘라다 넣고 있다.

최순오 여사가 마당 귀퉁이 땅에 묻은 동치미 항아리에 생 대나무 가지를 잘라다 넣고 있다.

김장에 이어 담글 동치미 항아리에는 백김치도 함께 담근다. 절인 배추에 당근채, 마늘채, 생강채, 청각, 통깨를 섞어 갈피마다 넣고 가장 바깥쪽 큰 잎으로 감싸 짚으로 묶어서 항아리에 넣는다. 마지막에는 생 대나무 가지를 잘라서 둥그렇게 똬리를 틀어서 동치미 내용물을 눌러 놓는다.

최순오 여사(왼쪽)와 아들(노란 옷)?맏딸(오른쪽 아래)이 동네 아주머니들과 김칫소를 가운데 두고 김치를 비비고 있다. 아들 김홍필 셰프가 경종배추를 들고 있다. 양념을 마치고 쌓아둔 경종배추김치는 줄기 부분에만 양념을 하고 잎에는 바르지 않았다.

최순오 여사(왼쪽)와 아들(노란 옷)?맏딸(오른쪽 아래)이 동네 아주머니들과 김칫소를 가운데 두고 김치를 비비고 있다. 아들 김홍필 셰프가 경종배추를 들고 있다. 양념을 마치고 쌓아둔 경종배추김치는 줄기 부분에만 양념을 하고 잎에는 바르지 않았다.

경종배추김치 양념은 김장 양념을 같이 사용한다. 최 여사는 “경종배추김치는 호배추 김장이 익기 전에 일찍 먹으려고 담근다. 좀 짭쪼롬하게 담가 땅에 묻은 항아리에 뒀다가 다음 봄에 먹으면 더 맛있다. 여름까지도 먹을 수 있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간은 세도 양념은 옅게 해야 한다”고 해 먹은 경험을 들려줬다. 양념을 마친 경종배추김치는 반으로 접은 다음 가장 바깥 줄기로 몸통을 둘둘 감아서 통에 차곡차곡 포개 담는다.

김제 만경문화마을 최순오 여사 집 마당 텃밭에서 키운 경종배추. 포기가 작고 줄기는 가늘며 키는 크다. 김장하려고 11월 16일 뽑아 절이고 남은 것이다.

김제 만경문화마을 최순오 여사 집 마당 텃밭에서 키운 경종배추. 포기가 작고 줄기는 가늘며 키는 크다. 김장하려고 11월 16일 뽑아 절이고 남은 것이다.

경종배추는 마당에서 재배했다. 첫날 아침 일찍 뽑아 절인 뒤 해질녘에 헹궈 건졌다. 경종배추는 개성배추와 마찬가지로 속이 차지 않고 줄기는 가늘고 길며 잎은 넓은 반(半)결구형이다. 통김치로 담그기 어려워 시장에서 밀려났고, 일부 농가에서 자기들 먹으려고 재배하면서 종자가 전해지는 재래종 배추다. 절인 배추 길이가 55~60㎝로 일반 배추의 갑절이 넘을 듯했다. 이 마을에서는 할머니 두 분이 해마다 모내기할 무렵 씨앗을 받아 파종기(7~8월)가 되면 필요한 사람들 가져가라고 마을회관에 내놓는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가 세 분이었는데 얼마 전 한 분은 작고했다.

최순오 여사가 텃밭 앞에서 반으로 나눠 절인 경종배추 한 포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 여사 키의 절반 가까이 된다.

최순오 여사가 텃밭 앞에서 반으로 나눠 절인 경종배추 한 포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 여사 키의 절반 가까이 된다.

절인 일반 배추와 경종배추.

절인 일반 배추와 경종배추.

경종배추에 대한 기억은 세대에 따라 달랐다. 호배추는 어려도 대가 억세서 포기가 차야 먹지만, 경종배추는 줄기가 가늘기 때문에 덜 억세서 호배추 자라는 동안 아무 때나 마음대로 솎아 먹을 수 있다. 줄기에 섬유질이 많아 질깃하긴 하지만 잎이 연해 쌈으로도 먹을 수 있다. 어린 순을 솎아서 데쳐 무치면 맛있다. 막내딸(40대 초)은 “경종배추는 특유의 향이 있고 알싸한 맛이 나지만 갓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거부감 없는 부드러운 맛이라서 서울에 살면서 가끔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장 일을 도와주러 온 이웃 아주머니 3명 중 고향이 만경이라는 한 분(1956년생)은 “열 살 무렵까지 호배추는 없고 경종배추만 먹었는데 질기다. 호배추 들어온 다음에는 경종배추 안 심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짧은 말을 하는 동안 ‘질겨요’라는 말을 세 차례나 거듭했다.

최순오 여사 집의 김장 날 추억 음식은 들깨탕이다. 들깨 2, 쌀 1 비율로 갈아서 끓이고 거기에 버섯, 고구마잎줄기, 토란대 같은 건지를 넣는다. 올해는 버섯을 넣은 들깨탕이었다.

최순오 여사 집의 김장 날 추억 음식은 들깨탕이다. 들깨 2, 쌀 1 비율로 갈아서 끓이고 거기에 버섯, 고구마잎줄기, 토란대 같은 건지를 넣는다. 올해는 버섯을 넣은 들깨탕이었다.

이 댁의 김장 날 별식은 삶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들깨탕이었다. 들깨와 쌀을 2 대 1로 불려서 갈고 밭여서 끓인다. 김치 양념에 섞기 위해 준비한 재료지만, 많이 끓여서 온 가족이 오며 가며 떠먹고, 김장 도우러 품앗이 온 동네 사람들도 먹었다. 요즘은 들깨탕 대신 찹쌀풀을 넣는다.

순천 더나은김치: 서울 셰프들도 알아주는 1인 기업 김치

‘더나은김치’는 1인 기업 농업회사법인 (주)우향식품의 상품 브랜드이다. 최경은(58) 대표는 ‘교수 사모님’으로 세 아들 키우고 짬짬이 사회봉사활동 하며 조용히 살다가 ‘맛있는 김치 좀 팔라’는 주변 성화에 2011년 9월 김치회사를 차렸다. 친지들에게 김치를 담가 주면서 일을 처음 시작해 국내산 천연재료만 썼고, 그걸로 이름이 알려져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다.
시댁은 광양이고 5남매의 막내며느리였지만 돌아가시기 전 13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 시절 음식 솜씨 좋은 시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슬하의 세 아들도 다 먹성이 좋아 집에서 음식을 많이 했다.
11월 29~30일 그곳 김치 담그는 현장을 참관했다. 순천 지역 김장 시기는 12월 초에 시작해 15일 이전에 대개 끝난다. 혼자 해도 기업인지라 김치 담그는 레시피가 명료하게 정리돼 있었다.

배추를 절이기에 앞서 밑동만 소금물에 한두 시간 담가 둔다.

배추를 절이기에 앞서 밑동만 소금물에 한두 시간 담가 둔다.

최경은 대표가 밑동을 살짝 절인 배추 줄기 2~3장 사이마다 소금을 지르고 있다.

최경은 대표가 밑동을 살짝 절인 배추 줄기 2~3장 사이마다 소금을 지르고 있다.

줄기 사이에 소금을 지른 배추는 처음 소금물에 넣고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12시간쯤 더 절인다.

줄기 사이에 소금을 지른 배추는 처음 소금물에 넣고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12시간쯤 더 절인다.

배추 절이기는 포기를 반으로 가른 걸 세 쪽으로 다시 나눠 한 포기를 6쪽으로 만들어서 한다. ㎏ 단위로 택배 포장할 때 무게 맞추기 편리해서 여러 쪽으로 가른다. 밑동이 잠길 정도만 소금물을 준비해 배추를 한두 시간 담가 놨다가 잎 갈피 2~3장 사이마다 조금씩 소금을 지르고, 무거운 물건을 올려 눌러 놓는다. 기온에 따라 여름엔 4~5시간, 겨울엔 12시간쯤 절인다. 배추 굵은 줄기가 부러지지 않고 반으로 접히면 잘 절인 상태다.

최경은 대표가 절인 배추를 반으로 접었을 때 가장 두꺼운 겉 줄기가 터지지 않으면 알맞게 절여진 것이라고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최경은 대표가 절인 배추를 반으로 접었을 때 가장 두꺼운 겉 줄기가 터지지 않으면 알맞게 절여진 것이라고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좋은 배추는 겉으로 봐 싱싱하고, 눌러보면 단단하고, 들어보면 묵직하다. 특히 뿌리 부분이 싱싱해야 한다”고 기준을 말했다. 배추는 일부 재배하고 나머지는 농협에서 사들인다. 무와 갓은 법인 명의 밭에서 재배한다. 일부 채소∙양념류는 임차한 3300㎡(1000평) 밭에서 재배한다.
20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김칫소 1차 양념을 만들었다. 배추 80~100포기에 맞춘 양이다.
①무 3㎏, 양파 2㎏, 배 4㎏을 갈고 까나리 액젓 3㎏을 넣어 전체 12㎏으로 만든다.

김치 담글 때 쓸 국물을 달이는 재료. 특이하게 말린 가지를 쓴다. 감칠맛을 내준다고 한다. 디포리도 들어가는 데 사진에는 없다.

김치 담글 때 쓸 국물을 달이는 재료. 특이하게 말린 가지를 쓴다. 감칠맛을 내준다고 한다. 디포리도 들어가는 데 사진에는 없다.

②멸치와 친언니가 재배한 건표고 각 100~200g, 디포리∙다시마와 감칠맛 성분을 함유한 말린 가지(인공조미료 대신) 각 100g, 북어 1마리, 순천만에서 자란 함초 가루(필요에 따라 넣기도 한다) 등 천연재료를 달여 국물 12L를 준비한다.
③국물 10L에 찹쌀 3㎏을 넣어 죽을 쑨다. 남은 국물은 양념 버무릴 때 넣는다.
최 대표는 “내 김치가 익을수록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찹쌀 덕분이 아닌가 싶다. 찹쌀이 발효가 잘되도록 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치 담그기는 시어머니에게 배웠지만 가지를 쓰는 것은 농업기술센터 교육 때 배웠다. 생가지를 잘라 이틀 정도 말렸다가 냉동해두고 쓴다.
④고춧가루 6㎏(10근)을 넣는다. 농사지어 씨를 빼지 않고 곱게 빻은 것과 도매상회에서 사 온 씨 빼고 조금 거칠게 빻은 것을 반반 쓴다.
고춧가루는 시골 할머니에게 구해 쓰다가 사업으로 하다 보니 공급량에 한계가 있고, 거래 세무자료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거래자료가 없으면 국립농산물품질검사원의 불시 점검 때 복잡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영수증 발행하는 도매상 물건을 쓴다. 3분의 1은 농사지은 걸 쓰고 나머지는 가까운 고흥의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공장에서 산다. 고춧가루는 입자가 고울수록 주황색이 돈다.
⑤같은 곳에서 사 온 마늘 3.5㎏, 생강 2~2.5㎏을 다진다.
최 대표는 “주부들이 실패하기 쉬운 게 생강이다 너무 많이 넣으면 쓰다. 품질 떨어지는 소금을 써도 그렇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최경은 대표가 영광군 설도항에서 받아 쓰는 잡젓 통을 헐어 덜어내고 있다.

최경은 대표가 영광군 설도항에서 받아 쓰는 잡젓 통을 헐어 덜어내고 있다.

⑥직접 담근 멸치 생젓 0.5㎏은 갈고, 김치 사업하기 전부터 거래하던 영광군 설도항의 단골 젓갈집에서 받는 잡젓은 3배의 물을 타고 달여서 거른다.
젓갈 집 주인에게 인공조미료 안 넣었는지 묻자 “그것도 넣으면 다 돈이고, 안 넣어도 맛있는데 왜 넣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잡젓은 새우∙병어∙꽃게∙황석어∙밴댕이 등 그물에 걸리는 대로 고르지 않고 조업하는 배 위에서 소금 쳐서 바로 담근 젓갈이다.
⑦붉새우가 섞인 추젓은 갈아서 넣고, 멸치∙까나리 액젓을 추가한다.
⑧위 재료를 모두 넣고 버무려 섞으면 1차 양념이 완성된다.
⑨양념 6㎏을 덜어내 무채 1㎏, 송송 썬 쪽파∙청각 각 0.5㎏을 섞으면 절인 배추 6~10포기(크기에 따라) 분량의 김칫소가 된다. 무채는 절이지 않고 생으로 먼저 넣어 수분이 우러나 양념과 어우러지게 비빈다. 청각은 말려 둔 걸 불려서 쓰는데 김장김치에는 꼭 들어간다.

배추 100포기 분량의 기초양념을 만들고 작은 통에 나눠 담고 있다. 날마다 주문 양에 따라 기초양념을 꺼내 무채?갓?쪽파 등을 넣고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양념은 김치냉장고에 두면 색이 더 고와지고 맛도 깊어진다고 한다.

배추 100포기 분량의 기초양념을 만들고 작은 통에 나눠 담고 있다. 날마다 주문 양에 따라 기초양념을 꺼내 무채?갓?쪽파 등을 넣고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양념은 김치냉장고에 두면 색이 더 고와지고 맛도 깊어진다고 한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뭘 그리 저울로 재느냐’고 묻는데, 달아서 해야 맛이 일정하다. 살림할 때 시어머니한테서 배운 대로 하던 걸 다 저울로 달아서 정리했다”고 레시피가 만들어진 유래를 설명했다. 국물∙젓갈 달이기, 양념 배합은 반드시 직접 한다. 이 레시피는 전라도 일반 가정 김장보다 젓갈을 약간 줄였다. 원래는 멸치젓이 더 많이 들어간다. 평균 배추 1통 절이면(원가 2500~3000원) 2㎏쯤 나오고 양념이 1㎏(현재 원가 9000원) 들어가 전체 3㎏이 된다.
전남 남부는 다른 지역보다 김치 간이 센 편이고, 양념이 특히 진하다. 강진 김치는 더 진해서 배추 2㎏ 한 포기에 양념 1.5~2㎏이 들어간다. 전라도 사람들도 ‘강진 김치’라 부르면서 알아준다. 먹을 때 걷어 내기까지 한다.

기초양념에 채소류를 넣어 김칫소를 만들고 있다.

기초양념에 채소류를 넣어 김칫소를 만들고 있다.

완성된 양념을 김치냉장고에 1~2일 두면 색이 예뻐지고 맛도 더 있다. 양념을 준비해 두면 날마다 주문량에 따라 덜어내서 배추에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배추가 두꺼워서 절여도 간이 싱거울 때는 마지막 김칫소에 함초소금을 추가한다. 양념만 사가는 사람도 있는데, 취향에 따라 젓갈류는 가감할 수도 있다.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리는 최경은 대표. 절인 배추 겉대가 위로 가게 엎어 놓고 줄기를 반대편으로 넘겨 잎을 활짝 편 다음 소를 올린다. 바른다기보다 점을 찍듯 소를 올렸다.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리는 최경은 대표. 절인 배추 겉대가 위로 가게 엎어 놓고 줄기를 반대편으로 넘겨 잎을 활짝 편 다음 소를 올린다. 바른다기보다 점을 찍듯 소를 올렸다.

김칫소를 올릴 때는 잎을 활짝 편다. 김치를 가르쳐준 시어머니는 ’배추 치마를 활짝 펼쳐라“고 알려줬다.

김칫소를 올릴 때는 잎을 활짝 편다. 김치를 가르쳐준 시어머니는 ’배추 치마를 활짝 펼쳐라“고 알려줬다.

김칫소가 준비되면 절인 배추 겉대가 위로 가게 엎어놓고 줄기를 반대편으로 한 장씩 넘기면서 잎을 완전히 펼쳐 안쪽 면에 양념과 채소를 골고루 깐다. 양념을 바르기보다 점을 찍듯이 놓았다. 시어머니가 가르쳐줄 때 “배추 치마를 활짝 펴라”고 했다고 한다. 줄기가 가늘고 잎은 넓은 키다리 재래종 배추를 북한에서 ‘과부치마배추’라고 부른다는 말과 상통하는 비유여서 흥미롭다.
양념이 끝난 김치 관리 방법은 “익은 김치를 먹으려면 자연 숙성해야 맛있다. 3~5일 상온에서 자연 숙성하면 국물에서 뽀글뽀글 방울이 올라오면서 익는 냄새가 난다. 이때 영상 0~1도 김치냉장고에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김치는 신맛이 나기 시작할 때가 가장 맛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김치 80%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으로 맺어진 단골들에게 통신판매한다. 원칙적으로 당일 담근 새 김치를 발송하는데, 김장김치 1㎏에 1만원(10㎏ 9만원), 재룟값이 많이 오르면 1만2000원을 받는다. 택배의 80%는 서울∙경기 지역이다. ‘수요미식회’에 등장한 서울의 이름있는 맛집 주인 여러 명도 단골이다. 현재는 통신판매업 신고만 한 즉석식품이라 직접 먹을 최종 소비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고, 업체에는 공급을 못 한다. 시설을 갖춰 그런 음식점에도 김치를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최경은 대표가 찰밥을 지어 차린 점심상. 반찬이 모두 김치 종류다. 찰밥은 단골들 김치 포장에 사은품으로 넣어 보내기도 하는 최 대표의 자랑 음식이다.

최경은 대표가 찰밥을 지어 차린 점심상. 반찬이 모두 김치 종류다. 찰밥은 단골들 김치 포장에 사은품으로 넣어 보내기도 하는 최 대표의 자랑 음식이다.

점심상에는 당일 김장 겉절이, 고들빼기김치, 깍두기, 동치미, 비트가 들어간 홍갓 동치미, 부추김치, 총각김치, 청양고추 피클이 올라왔다. 김치는 7가지였다. 새끼손가락 굵기의 고들빼기 뿌리에서는 인삼 향이 났다. 상에 오른 것 말고도 제품 목록엔 묵은 배추김치, 홍갓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초피 들어간 열무김치, 고흥식 갓물김치, 고흥식 열무물김치도 올라있다.
‘더나은김치’의 캐치프레이즈는 “남도의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김치. 국물도 버리지 마시고 보약처럼 드세요”이다.
글∙사진=이택희(음식문화 이야기꾼) hahnon2@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