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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낳은 늦둥이였는데…‘강릉 펜션 사고’ 어머니들 사연 뭉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장지로 출발하고 있다. [뉴시스]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장지로 출발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 강원도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유명을 달리한 서울 대성고 학생 유족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고(故) 안모(19)군과 고(故) 김모(19)군은 사고 당일인 지난 18일 강릉고려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가족들을 못 보고 눈을 감았다.

안군의 어머니는 40대에 낳은 늦둥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힘든 듯 이틀간 식음을 전폐한 채 눈물만 쏟았다.

경찰 관계자는 “안군 어머니가 ‘우리 아들은 예쁜 짓만 하고 말썽 한 번 피우지 않았던 애였다’고 말하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하며 눈물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고(故) 김군의 어머니는 19일 한 매체에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남겼다.

김군 어머니는 “항상 엄마를 위해주고 도와주고 그런 착한 아들이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왜 이렇게 짧은 생을 살고 가는지. 네가 엄마 꿈에 나타나서 나비가 되어서 펄럭거리고 날아갔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꽃피거라”고 했다. 이어 “모든 짐을 다 벗어 던지고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 세상으로 날아가라”고 했다.

김군 어머니 역시 사고 당일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와 다음날 오전까지 밤새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다가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안군과 김군의 어머니는 사고 다음 날인 19일 소방헬기 뒷자리 의자에 앉아 서울 도착까지 50여분간 검정 비닐 백에 든 죽은 아들을 내려다봐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들의 발인은 21일 엄수됐다.

앞서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은 개인체험학습 명목으로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중 3명이 숨졌고 나머지 7명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21일 퇴원한 도모(19)군을 비롯해 나머지 7명의 건강 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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