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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더 살 거라면 꼭 읽어둬야 할 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희의 천일서화(16)

80년대 초반 종이에 펜으로 쓴 기사를 납 활자로 인쇄해 신문을 만들었던 반면 90년대 들어서 모든 과정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며 공무국에선 납 활자가 사라졌다. 사진은 윤전기에서 신문을 인쇄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80년대 초반 종이에 펜으로 쓴 기사를 납 활자로 인쇄해 신문을 만들었던 반면 90년대 들어서 모든 과정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며 공무국에선 납 활자가 사라졌다. 사진은 윤전기에서 신문을 인쇄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어지럽다. 시대의 변화가 하도 빨라 나이 들수록 적응하기 힘들어 나오는 비명이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 초반 종이에 펜으로 쓴 기사를 납 활자로 인쇄해 신문을 만들었다.

90년대 들어 확 달라졌다. 노트북으로 기사를 써 온라인으로 보내면 데스크가 모니터에서 손보고, 공무국에선 납 활자가 사라졌다. 이른바 CTS 제작 시대가 온 것이다. 2010년 이후엔 기자지망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아예 영상으로 찍어 제출하라는 신문사도 등장했다.

불과 30년 새 천지가 개벽할 변화가 이뤄졌던 것이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IT 기술의 발달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 제도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예를 들면 은행 업무가 그렇다. ATM이란 것이 사람을 주눅 들게 한 게 엊그제 같은데 텔레뱅킹에 인터넷뱅킹이란 게 등장해 은행에 갈 일을 없애더니만 이제는 휴대전화로 어지간한 결제는 가능해진 세상이다.

그러니 이런 신기술에 하루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생존능력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럴수록 생명기술, 정보혁명이 우리를,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알아야 좀 더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나이와 상관없다. 삶의 절반 이상을 살았다 해도, 앞으로 10년 이상 살아야 한다면 걸리적거리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 들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지만 그렇다.

『늦어서 고마워』, 21세기 북스, 토머스 프리드먼 저

『늦어서 고마워』, 21세기 북스, 토머스 프리드먼 저

이에 맞춤인 책이 있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21세기북스)가 그것이다. 저자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10년 전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를 설파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번 책은 급속하게 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는 법을 다룬 것이다. 부제가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이니 알 법하다. 제법 두툼하고, 곁가지도 적지 않지만 시대의 큰 흐름을 아는 데 이만한 책이 없지 싶다.

지은이는 “우리는 이제 과거와 비슷한 연속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어딘가에 서 있다고 한다. 그 변화의 세 축으로 기술, 세계화, 기후변화를 꼽으면서 이것들이 상호연계해서 소용돌이처럼 변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세계화를 진전시키고, 세계화는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 식이다.

이것이 일반인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거대 담론이라면 이런 건 어떨까. “만약 말들이 투표할 수 있었다면 자동차는 결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도 생겼다 사라지는 ‘창조적 파괴’를 두고 한 이야기다.

『늦어서 고마워』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저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3R과 4C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늦어서 고마워』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저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3R과 4C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평범하게 자기 일을 하며 규칙에 따라 행동하면” 품위 있는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고 자녀들은 더 나은 삶을 살 기회가 생길 것이란 생각은 한때는 사실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작별해야 한단다. 평균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끝났으며 자기는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야’ 했지만 자기 딸들은 일자리를 ‘발명해야’ 한다는 지은이 지적은 섬뜩하면서도 타당하게 들린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3R-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과 4C-창의력creativity, 협동심collaboration, 소통 능력communication, 코딩coding-가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단지 기술적 재능만 필요한 일이라면 자동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공감이나 유연성만 필요한 일이라면 인력을 무한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그런 것들은 임금을 많이 받는 일자리가 될 수 없다”며 이 두 가지가 상호작용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마찬가지다.

분량이나 주제는 만만치 않지만 책은 의외로 쉽게 읽힌다. 그러니 이 책을 보고 나면 요즘 고민 많은 젊은이에게 제법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는 ‘어른’ 노릇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은 삶의 방향을 찾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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