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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그래서 한국당 뽑으실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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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안효성 정치팀 기자

안효성 정치팀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발생한 ‘데드 크로스(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현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담담하다. 대부분 “예상대로 됐다”는 반응이다.

사실 데드 크로스 현상이 담긴 여론조사가 발표되기 전부터 한국당 의원들은 “요즘은 문재인 대통령 싫어하는 사람이 정말 늘어났다” “경제가 워낙 안 좋으니 자영업자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난리다” 등 문재인 정부에서 떠나는 민심 이야기를 전해왔다. 다만 정부·여당에서 떠난 민심이 한국당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엇갈린다. “이 추세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할 만하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정부와 좀 더 잘 싸우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더 많다”는 의원들도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한국갤럽이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정례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올해 1월 첫째 주 72%에서 12월 셋째 주에는 45%로 1년 동안 2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20%에서 46%로 2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당 지지율은 10%에서 18%로 8% 포인트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를 철회한 이들의 절반도 흡수하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오른 지지율도 한국당이 잘해서 올랐다기보다는 당 외부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경제 악화와 속도 조절에 들어간 대북관계 등의 반사이익을 한국당이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지난 1년간 한국당이 보인 행보를 돌이켜봐도 반사이익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홍준표 당 대표 시절에는 ‘막말’로 홍역을 치르는 등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했고, 이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도 보수의 가치 혁신을 내세웠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김 비대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아이노믹스’ ‘아이폴리틱스’ 등의 개혁 방안를 당내에서조차 말하는 이가 드물다. 그나마 한국당이 존재감을 드러낸 경우 채용비리 국정조사, 드루킹 특검 같이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때 정도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은 “대안정당의 모습을 갖추겠다”였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글이 올라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댓글이 있다. “그래서 한국당 뽑으실 거예요?” 글을 쓴 이도, 문재인 정부를 혹평하는 이들도 이 댓글만큼은 반박보다는 “뽑을 정당이 없다” “그나마 민주당이 낫다”는 답으로 수긍한다. 데드 크로스 현상 속 한국당의 현주소다.

안효성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