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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R의 공포에도…한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낮을 듯”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꼬구라진 영향으로 21일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사진은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주식시장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꼬구라진 영향으로 21일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사진은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주식시장 모습. [AP=연합뉴스]

 커지는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에도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113개월 이어진 경기 확장세에 #장단기금리차 줄며 둔화 우려 ↑ #물가 상승 우려 낮고 유가 하락 #“경기 침체 강도는 약할 전망”

 한국은행은 2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향후 1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이 자체 모델로 계산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6%,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이 계산한 결과는 10% 내외다.

 중기 전망은 엇갈렸다.일부 IB는 3년 이내 경기둔화 발생 가능성을 50%를 밑도는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는 2년 뒤 경기 둔화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R의 공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곳곳에서 나타나는 위험 징후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기 둔화의 신호로 여겨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의 가능성이 커졌다.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는 2017년말 0.051%포인트에서 지난달 0.02%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미국 경기는 2009년 6월 이후 지난달까지 113개월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991년 3월~2001년 3월(120개월) 이후 사상 최대다.

 한국은행은 “미국 경기가 사상 두번째로 긴 확장기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정책금리가 Fed가 추정하는 장기균형수준(2.8%)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기 침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이러한 우려에도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과거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한 요인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경기 침체는 경기과열과 이에 대응하는 Fed의 긴축 정책 이후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과잉투자에 따른 불균형과 유가급등도 경기를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위험 요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4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 시장은 과열된 듯하지만 임금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물가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Fed가 급격하게 긴축에 나설 우려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Fed는 내년도 금리 인상을 기존의 3회에서 2회로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부채도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국제 유가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분쟁이 성장세를 늦추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를 야기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재정 부양책은 올 하반기 이후 약화되겠지만 이 또한 경기둔화를 초발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의 전망을 인용해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고 금융위기 가능성도 낮아 리세션의 강도는 2008~2009년의 대 침체보다 약할 것” 이라고 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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