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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사퇴당한 '사퇴요정' 이은재 "다음 총선 당연히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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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은재(66·재선) 자유한국당 의원의 별명은 ‘사퇴요정’이다. 국회에서 장관이나 인사청문후보자에게 수시로 “사퇴하세요!”라고 쏘아붙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 의원이 지난 15일 당 조직강화특별위로부터 당협위원장(서울 강남병) 배제 선고를 받았다. 이번엔 본인이 사퇴를 당하게 된 셈이다. ‘강세 지역구 안주’가 당협위원장 배제 사유라고 한다. 이에 이 의원은 “매일 새벽 산책로에서 주민들을 만난다. 이젠 마스크와 모자를 쓴 주민들도 걸음걸이만 보면 누군지 알 정도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의원을 21일 밀착마크했다.

21일 오전 9시, 이 의원은 봉은사를 찾았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지(22일)를 맞아 팥죽 나눠주기 행사에 쓰일 새알을 빚기 위해서다. 50명 남짓한 신도들 가운데 이 의원도 장갑을 끼고 앉아 밀가루 반죽을 쥐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주민 오모(59)씨는 “(이 의원을) 지역행사에서 자주 본다. 국회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야성을 보여주고, 지역에도 열심히 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협위원장 배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당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에서 배제시켰다.
굉장히 억울하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서 서울 시의원 당선자가 딱 3명 나왔다. 그 중 두 명이 우리 지역구다. 지난 총선에서 내가 서울 전역 최다득표를 했다. 이번 당무감사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은 걸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이 나왔다. 괴롭지만, 선당후사 정신으로 표현은 안 하고 있다. 보수와 당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나 혼자의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분당 책임’, ‘강세지역구 안주’ 항목에 해당된다고 하던데
탈당파 중에 제일 먼저 한국당에 입당했다. 복당의 물꼬를 텄다. 강세지역에 안주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모든 중요한 지역행사에 빠진 적이 없고,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싸워왔다. 당무감사위원들이 이렇게 지역관리를 잘한 사람이 없다고 극찬했다. 원칙과 기본이 안 돼 있는 결정이었다. 친박계 몇 명, 복당파 몇 명 이런 식으로 계산해서 배제한 게 아닐까 싶다.
원유철·윤상현 의원 등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 중진 의원들이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우선 원칙과 기본이 없는 이 결정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느냐’란 판단이다. 또 다음 총선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동안 정치 상황에 여러 번 회오리가 칠거다. 그래서 심한 반발이 없는 거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동지맞이 팥죽 나눠주기 행사에 쓰일 새알을 빚고 있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동지맞이 팥죽 나눠주기 행사에 쓰일 새알을 빚고 있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이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본회의장에서 멱살을 잡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으로 일약 인터넷 스타가 됐다. 최근에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겐세이(견제)’ ‘야지(야유)’ ‘뿜빠이(분배)’ 등 잦은 일본어 표현 사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예산심사 중에 일본어 표현을 자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처음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다른 의원이 먼저 ‘야지’라는 말을 썼다. 그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나도 썼다. 그런데 화살이 나에게만 왔다. 두 번째는 예결소위를 할 때였는데, 언론에 회의가 공개된 줄 모르고 무의식중에 그런 표현을 썼다. 사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일본어 표현만 지적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일본에서 연간 1200명씩 우리나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언론에서 그런 발언이 문제로만 비춰지는 건 오히려 청년들에게 피해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일본어를 쓰지 않고 각별히 조심할 것이다.

이 의원은 ‘사퇴요정’이라는 별명에 대해 “관료들의 실정을 보면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퇴하세요”를 외치고 싶은 인물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꼽았다.

왜 ‘사퇴하세요’란 말을 자주 하나
2016년 국회 교문위에서 당시 유성엽 위원장이 자그마치 6000억 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데 어떻게 상임위원장이 법을 날치기 통과 시키나. 그래서 사퇴하라고 외쳤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도 사퇴하라고 했다. 그땐 말 대신 플래카드를 들었다. 교육부 장관이 교육 현실에 맞지않는 정책을 내세워서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에도 꼭 사퇴하라고 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
가장 책임 져야하는 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다. 비핵화의 아무 진전이 없고, 우리만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북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이 이렇게 아무 업적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져야 한다. 각성하든지, 능력이 안 되면 그만두든지 해야 한다. ‘목구멍 사건’은 또 어떤가. 우리 재벌 총수가 북한에 가서 어떻게 그런 말을 듣고 오나. 통일부 장관은 조금 늦었다고 시계까지 욕을 먹었다. 정식국가도 아닌 반국가단체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건 수치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정의하는 건가
그동안 북한에서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테러를 저질렀나. 또 세계 각국의 각종 기관을 해킹하고, 국내에서도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정말 ‘국가’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탈당,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대선 전 첫 번째로 한국당에 돌아온 ‘복당파 1호’다. 최근 당내 일부 의원들은 “복당파는 탄핵 찬성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당시엔 어쩔 수 없는 가슴아픈 선택이었다”며 “한국당에 빨리 돌아온 건 굉장히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복당한 이은재 의원(가운데)이 복당 후 처음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복당한 이은재 의원(가운데)이 복당 후 처음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위 사무총장이자 복당파인 김용태 의원이 직접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놨다
본인이 그런 마음의 결정을 할 순 있지만, 원칙과 기본 없이 사람을 정해놓고 잘라내는 인상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공천 때도 아니다.
‘김병준 비대위호’는 순항하고 있나
지금 비대위는 조강특위 산하기관 같다. 비대위가 조강특위 결정에 대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비대위는 너무 무력하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다음 번에 당연히 총선에 출마할 거다. 이번에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 만큼 두배, 세배 더 지역도 자주 찾고 열심히 뛸 거다”라며 집념을 드러냈다. ‘사퇴요정’이 순순히 자신의 사퇴를 받아들일 것 같진 않았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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