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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미꾸라지, 6급 주사…특감반 사태 악화시킨 청와대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다. 현 정부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유전자’라는 비유를 꺼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특감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의 대응 화법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DNA 운운, 시건방진 말”=당장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0일 “민간인 사찰의 DNA가 없다니 어떻게 이런 오만함과 선민의식이 있을 수 있나, 용납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데 유전자까지 들먹이며 문재인 정부를 성인과 천사의 신분으로 등극시키나. 잡음이 있고 혼란이 있으면 그것을 조사하고 해결할 일이지, 유전자의 무결점을 강변하고 있다. 시건방진 막말”이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우기지만 말고, DNA 테스트를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수용하라”고 꼬집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꾸라지ㆍ불순물ㆍ6급 주사=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청와대 인사들의 수사(修辭)는 도마 위에 올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5일 김태우 전 수사관을 겨냥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인터넷엔 “청와대 전직이 미꾸라지면, 현직은 잉어냐” “청와대는 미꾸라지 양식장이냐”라는 냉소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의 엇갈린 해명엔 야당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고 응수했다. 심지어 김 수사관마저 “(미꾸라지라는 규정엔)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불순물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윤영찬)“김 수사관 첩보엔 불순물이 끼어있다”(김의겸) 등이다. 불순물로 규정했다 몇 시간 뒤 청와대는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ㆍ원자료)를 지원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당초 특감반 비위 논란이 처음 제기되던 지난달 말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은) 대검찰청 소속 검찰 주사 6급에 해당한다”며 이례적으로 ‘공무원 급수’까지 드러냈다. 고위직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공직사회에선 “6급이 쓴 보고서는 질이 떨어진단 얘기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태우라는 실명을 먼저 공개한 것도 청와대였다. 이후 “6급 주사의 돌팔매질에 청와대가 휘청거리냐”는 반응이 이어지자 급기야 김 대변인은 19일 “이제 더 이상 ‘급’이 맞지 않는 일은 하지 말자”고 했다. 당장 야권에서 “서열화 조장하나, 어디서 급을 운운하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예전에도 청와대의 은유적, 감성적 표현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탁현민 행정관을) 첫눈 오면 놓아주겠다”(임종석 비서실장) “(리비아 피랍 관련) 무장단체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 기울인다”(김의겸 대변인) 등이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최고 권력기구인 청와대라면 더욱 정확하고 명징한 언어를 구사해 메시지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바른미래당은 “청와대의 입방정이 아닐 수 없다. 격앙된 감정은 일기장에나 써라”고 논평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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