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은퇴선언 왜 했나] '安風' 바람막이냐 'YS 돈' 감추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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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24일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안기부 예산 전용 의혹 사건(安風)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이 난 지 하루 만이다.

姜의원은 회견에서 "1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의원직을 버리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한 까닭은 뭘까. 그는 일단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들었다. "많은 사람이 의원직을 갖고 있는 것이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지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무죄를 입증하는 게 더 당당한 길"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다른 관측도 나온다.

그 하나는 '당과의 고리 끊기'라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당을 '안풍'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다수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姜의원이 재판과정에서 당의 법률 지원 등이 미흡한 데 대해 섭섭함을 느껴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姜의원이 1996년 민자당 사무총장 때 받았다는 안기부 계좌 돈 9백여억원이 김영삼(YS)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제의 돈이 안기부 계좌에서 나오긴 했지만 안기부 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며 "당 밖의 인사 5, 6명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예고했다. 崔대표는 '결국 YS와 직결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姜의원도 마산 기자회견에서 "金전대통령과의 관련성에 대해 많은 억측이 있지만 내 입을 통해 그런 얘기가 나간 적은 없다"며 "(자금 출처를)밝힌다면 결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정치 신의는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YS가 姜의원을 위해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YS 측은 "한나라당이 표적 수사에 대해 투쟁할 생각은 안 하고 엉뚱하게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상일.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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