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석탄가루가 날리자 손으로 휴대전화 렌즈를 닦았다. 컨베이어와 아이들러(컨베이어 부품으로 롤러의 일종)가 잘 돌아가는지를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6일 촬영, 김씨 생전 모습 담긴 마지막 영상 #시민대책위 "얼마나 위험한 일 했는지 보여준 것"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24)씨의 휴대전화 속 동영상과 사진의 모습이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19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휴대전화를 언론에 공개했다. 숨진 김씨 시신 옆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각각 7초, 28초 분량의 동영상이 남아 있었다.
김씨가 숨지기 닷새 전인 지난 6일 촬영된 동영상에는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다.
운전원인 그는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석탄을 발전기로 옮기는 컨베이어를 점검했다. 컨베이어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돌아가는 아이들러도 꼼꼼하게 촬영했다.
설비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컨베이어와 아이들러 사이에 가깝게 접근하기도 했다. 자칫 아이들러 사이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일을 멈출 수 없었다는 게 김씨 동료들의 설명이다.
그는 야간근무 13시간 동안 3차례씩 자신이 맡은 구간을 오가며 설비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고 한다. 순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다음 근무시간까지 대기하다 이상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들은 점검 과정에서 설비 이상이 발견되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보고했다”며 “동영상과 사진은 고인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김씨가 소속된 한국발전기술(주) 근로자들이 불법파견된 정황도 공개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원청(한국서부발전)과 하청(한국발전기술) 근로자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제거 부탁드린다’ ‘평탄 작업 부탁한다’는 등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