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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거센 여풍, 9년 만에 연예대상 여성수상자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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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남성 예능인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였던 지상파 3사(KBSㆍMBCㆍSBS) 연예대상 무대에 새로운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올 한해 이영자, 박나래 등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오랜만에 연예대상 여성 수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어머니들이 SBS 연예대상을 공동수상했지만, 이들은 비(非)예능인이었다. 2001년 박경림(MBC), 2009년 이효리가 유재석과 공동대상(SBS)을 받은 이후 지상파 연예대상에서 여성 예능인이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랜 침묵을 뚫고 여성 예능인이 예능 무대의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영자·박나래 MBC연예대상 유력후보…'전지적 참견 시점' '나혼자 산다' 이끌며 예능여풍 주도 

가장 관심이 모이는 상은 MBC 방송연예대상(29일)이다. 박경림 이후 17년 만의 여성 예능인의 대상 수상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상 후보에 오른 이영자ㆍ박나래ㆍ전현무ㆍ김구라 중 이영자 또는 박나래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영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데뷔 30년을 넘은 베테랑다운 예능 감각과 재치를 과시했다. 그가 보여준 ‘휴게소 먹방’은 ‘먹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치만두의 냄새를 음미하고 있는 이영자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치만두의 냄새를 음미하고 있는 이영자 [MBC]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 [중앙포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 [중앙포토]

세심한 맛 표현과 함께 내뱉는 “음~~~!”이라는 감탄사는 시청자들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의 활약 덕분에 MBC 예능이 새로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나래의 활약 또한 이에 못지않다. ‘나 혼자 산다’에서 걸쭉한 입담과 몸개그로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프로그램을 재미있고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며, 대체불가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박나래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박나래 [MBC]

2006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한때 강한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최근에는 편안한 모습으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의 예능방송인ㆍ코미디언 부문에서 유재석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3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나래 [연합뉴스]

지난 3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나래 [연합뉴스]

TV 화제성을 조사ㆍ발표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원순우 대표는 “최근 수개월간의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분석한 결과, 이영자와 박나래가 각각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나 혼자 산다’를 이끌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영자는 ‘무한도전’ 이후 성공한 예능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던 MBC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을 성공사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박나래는 이전의 부담스러운 모습을 벗고 편안한 캐릭터로 성장해 ‘나 혼자 산다’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02년부터 현재의 연예대상을 개최하고 있는 KBS는 지난해까지의 대상 수상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올해는 ‘1박 2일’‘개그콘서트’의 김준호, ‘불후의 명곡’‘안녕하세요’의 신동엽,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동국, ‘해피투게더’의 유재석과 함께 여성으로선 유일하게 이영자가 ‘안녕하세요’로 후보에 올랐다. ‘안녕하세요’에서 든든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는 이영자는 관록 있는 소통과 공감 능력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유력후보로 꼽히는 이영자가 KBS 연예대상(22일)에서 치열한 경합을 뚫고 사상 최초로 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07년부터 연예대상을 열고 있는 SBS(28일)의 경우 대상 수상자 중 여성은 2009년 유재석과 공동수상한 이효리가 유일하다. 올해는‘골목식당’의 백종원, ‘집사부일체’의 이승기ㆍ이상윤ㆍ양세형ㆍ육성재 등이 경합을 벌인다.
 2009년 이후 오랫동안 지상파 연예대상에서 여성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은 것은 무한도전’(MBC), ‘스타킹’‘런닝맨’‘미운오리새끼’(이상 SBS), ‘해피투게더’(KBS2) 등 남성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재석ㆍ강호동ㆍ신동엽 등 남성 스타 MC가 이끄는 프로그램에서 여성 예능인이 활약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김생민의 영수증’(KBS2)에서 공동MC로 활약한 김숙ㆍ송은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감초 게스트로 활력을 불어넣은 장도연 등이 주목받으면서 남성MC 중심의 예능판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식상한 남성위주 예능판에 신선한 바람 불어넣어…여성예능인 가치 더 올라갈 것"

정덕현 평론가는 “예전에는 여성 예능인이 설 만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고, 선다고 해도 대상 후보로 지목될 여지가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여성 예능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 예능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 남성 위주의 예능판도에 시청자들이 식상해하던 차에 반대 흐름으로써 여성 예능인들의 약진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이영자ㆍ박나래가 있다”며 “둘이 지상파 연예대상 유력후보로 꼽히는 것 자체가 방송가의 강한 여풍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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