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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장 행복했던 날과 가장 불행했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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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행복했던 날과 가장 불행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12월은 현재 진행형이니 1월부터 11월까지로 좁혀서 떠올려보시기를 바란다. 과연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하고 언제 가장 불행했을까?

우연히 찾아오는 것도 행복, 일부러 만드는 것도 행복 #자기가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한지를 기록해두자

힌트 하나. 우리 국민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평일보다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더 강한 행복감을 경험했다. 따라서 가장 행복했던 날은 주말이나 공휴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고, 가장 행복감이 낮았던 날은 평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힌트 둘. 평일 중 가장 행복감이 낮은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이다. 따라서 가장 불행한 날은 월요일과 목요일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고, 가장 행복한 날은 월요일까지 쉴 수 있었던 주말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힌트 셋. 사람들은 대체휴일에 큰 행복을 느낀다. 일종의 로또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월요일까지 쉴 수 있었던 연휴 중에서도, 원래부터 월요일이 공휴일이어서 연휴가 된 경우보다는 월요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된 경우의 주말에 행복감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니 대체휴일에 일을 시키는 상사는 참 나쁜 사람이다. 대체휴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수업을 못 했다고 굳이 보충수업을 강요하는 학교도 반성해야 한다. 행운을 걷어차면서 행복을 기대할 순 없다.)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날이 2018년에 딱 하루가 존재한다. 바로 5월 5일이다. 과연 이 시나리오는 맞았을까? 실제로 5월 5일에 측정한 우리나라 국민 행복감이 1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1년 365일을 행복 순서대로 줄을 세우려면, 국민의 행복을 매일매일 측정해야 한다. 통계청에서 국민들의 주관적 행복을 측정하고는 있지만 몇 년 간격으로 한 번씩 측정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는 갤럽(Gallup World Poll)에서 160여 개 국가의 국민 행복을 측정하고 있지만, 그 역시 매일매일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행복 순위를 알 수는 있어도 1년 동안 경험한 행복을 날짜별로 파악해볼 수는 없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행복 조사의 한계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는 행복을 측정하는 문항들을 다음 포털 사이트에 탑재하여 국민 행복을 매일매일 측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적게는 1000~2000명에서 많게는 1만~2만 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올해 11월 현재 약 260만 건의 데이터가 축적되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기존의 행복 조사들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가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미세’하지만 실제로 존재했고,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는 우려했던 대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행복이 낮았으며, 안타깝게도 ‘불금’ 효과는 50대 이상에게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평일과 주말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행복 상승효과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5일을 포함하여 행복감이 가장 높았던 5일을 뽑았더니 그중 4일이 모두 토요일이었다(2월 10일, 2월 24일, 4월 7일). 2월 10일은 평창올림픽이 개막한 바로 다음 날이고, 2월 24일이 폐막 하루 전 토요일이었음을 감안할 때, 평창올림픽과 토요일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언제 가장 불행했을까? 행복감이 가장 낮았던 다섯 날을 뽑았더니 그중 사흘이 월요일(2월 5일, 6월 4일)이거나 휴일 다음날(8월 16일)이었다. 이 중 8월 16일은 휴일 다음날이면서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행복감이 유독 낮았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평일 중에는 월요일과 목요일의 행복감이 가장 낮은 편인데, 광복절 휴일 다음날이라는 요인과 목요일이라는 요인이 겹치면서 불행감이 이중으로 커진 것이다.

2018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감 높낮이를 바탕으로 2019년의 행복을 예측해보자면, 2019년에도 5월 5일은 꽤나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일요일과 겹친 관계로 다음날인 월요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목요일이 휴일인 날들도 행복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6월 6일, 8월 15일, 10월 3일이 그렇다. 반면에 수요일이 휴일인 목요일의 행복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특히 10월 10일을 조심해야 할 듯싶다. 가급적 이날에 즐거운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좋겠다.

우연히 찾아오는 것도 행복이지만 일부러 만드는 것도 행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록과 측정이 필수이다. 국가는 행복 정책만 고민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행복을 꼼꼼하게 매일매일 측정해야 한다. 개인들도 행복에 관한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한지를 기록해보기를 권한다. 기록이 없으면 모든 게 막연할 뿐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