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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책임있는 자 제재" 유엔 인권결의, 더 멀어진 북미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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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 김성 유엔대표부 북한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엔TV 캡처]

1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 김성 유엔대표부 북한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엔TV 캡처]

유엔총회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어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제재를 담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10일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최용해ㆍ박광호 당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제재 대상에 올린 지 일주일 만이다. 결의안은 주유엔 유럽연합(EU)과 일본 대표부가 작성을 주도했고, 한국을 비롯한 61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올해로 14년 연속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14년 연속 채택됐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14년 연속 채택됐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이날 본회의는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 형태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전반의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미 간 협상조차 진행되지 않으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멈춤’ 현상을 보인 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결의안에는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ㆍ자의적 구금ㆍ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구체적인 인권침해 형태가 적시됐다. 결의안은 또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토록 권고했다. 특히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를 효과적으로 겨냥하는 추가 제재를 권장한 COI의 권고를 검토하고, 책임 규명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로서 유엔총회는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제재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5년 연속 채택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만큼 북한의 반발 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몇몇 인권침해 사례는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결의안에서 제기한 인권문제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사안이어서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이날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북한인권결의안을 다루기 직전 의제 때 마이크를 잡아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로서는 지난 9월 신임대사로 부임한 이후 첫 유엔총회였다. 북한인권결의안이 포함된 74c 의제에 발언해야 했지만 김 대사가 갑자기 74b 의제에 발언을 신청한 것이다. 김 대사 발언이 끝나자 본회의 의장을 맡은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에콰도르)는 “지금 발언은 이 다음 의제에서 해야할 것 같다”고 가볍게 핀잔을 줬다.

인권결의안 채택으로 북한 내부에선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이 최고존엄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해 북·미 간 접촉을 계속 미루며 미국과 시간 싸움을 벌이거나 ‘표면상 거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는 세계적인 분위기라는 걸 북한이 알면서도 기록용으로라도 강도높은 반발을 할 것”이라며 “단 협상의 판이 깨지면 북한에도 득될 게 없는 만큼 극적 타결 또는 일정 시간이 흐른뒤 협상의 끈은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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