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뿌리 약해 한국 경제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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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현 수준에서 주춤거리는 것은 시장경제가 발전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은 24일 '왜 자유시장 경제인가'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자유시장 경제질서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았다.

박윤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반기업 정서, 불법 노동쟁의, 취약한 준법정신, 광범위한 부패 등으로 한국의 시장경제가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정부가 거시정책에 치중하면 됐지만,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선 시장경제가 움직일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미시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동세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인은 돈 벌고 싶은 욕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경쟁은 싫어하고 개인 책무에 대한 신념은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자유와 시장원리를 진작시키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국민 의식과 가치관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시장경제는 계약과 의무를 통해 자율적인 룰이 형성되는 도덕적인 질서를 갖고 있다"며 "시장경제가 부도덕한 경제체제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특히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시스템 확립을 강조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니 정부가 개입하게 되고 이는 부패와 연결된다"며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규칙이 제대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 의료, 주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에 윤리를 요구하는 만큼 노조도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확고한 법 질서 위에서만 시장경제가 꽃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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