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4세 청년 외로운 죽음 ‘2인1조 근무’ 살려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관련 관계부처 합동 대책’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선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관련 관계부처 합동 대책’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선 기자]

정부가 석탄발전소에 대한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꾸려 실태조사를 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위험한 설비와 인접한 작업은 반드시 정지한 상태에서 시행토록 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용균(24)씨가 끼임 사고로 숨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 태안화력 사망 사고 대책 #전국 12개 화력발전소 긴급점검 #위험설비는 멈춰놓고 작업해야 #고용 장관 “참담한 심정, 깊이 애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이런 내용의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 산업안전보건 감독에 착수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하기로 했다. 특히 사고 발생 원인과 원·하청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 산업안전조사위원회’를 꾸려 운영키로 했다. 안전조사위원회는 노사와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태안발전소를 포함해 석탄 화력을 사용하는 전국 12개 발전소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도 실시한다.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 의무 이행실태와 정비·보수 작업 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또 현재 한 사람이 순찰하는 형식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2인 1조 근무로 전환할 방침이다. 낙탄 제거와 같은 위험한 설비와 인접한 작업은 해당 설비를 반드시 정지한 상태에서 시행토록 바꿨다. 경력이 6개월 미만인 직원은 단독 현장근무를 금지한다. 각 발전시설에는 발전사와 협력사, 근로자, 시민단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상시 운영토록 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용균 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관계부처 장관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정부 합동대책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대책위는 “두 장관의 발표는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대책”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라면 인소싱(insourcing)이 출발이다. 당장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 노동자가 돌아가신 것은 필연적인 사고였다”며 “한국사회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가 남긴 참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배상 ▶위험이 외주화 금지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중재대해기업처벌법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현장시설 개선 및 안전시설 완비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균씨 어머니(김미숙씨)는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는다. 공기업에서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 김용균씨를 기리는 분향소를 차린 데 이어 22일 오후 6시 제1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 충남 태안터미널 사거리에서는 매일 촛불문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태안=김방현·신진호 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