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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현지조사단 “동해선 철로 평균 시속 30Km…급속 운행은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휴전선 이북의 북한 동해선의 철로 상태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시속 30㎞ 이상의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조사를 다녀온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이 17일 밝혔다. 북측 동해선 철로 800㎞ 구간 조사를 마치고 이날 귀환한 임과장은 “궤도가 별로 좋지 않은 상태”라며 “급속한 운행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 과장은 “(함경북도) 나진이나 청진을 넘어갈 때는 조금 빠르게 속도가 나올 수 있는데, 그전까지는 선로의 종단구배(기울기)가 굉장히 급하고 낮다”며 “전체적으로 경의선과 대동소이한 선로상태”라고 덧붙였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나섰던 박상돈·임종일 현지조사 공동단장을 비롯한 우리 측 조사단이 동해선 구간 조사를 마치고 17일 오후 강원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임종일 공동단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나섰던 박상돈·임종일 현지조사 공동단장을 비롯한 우리 측 조사단이 동해선 구간 조사를 마치고 17일 오후 강원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임종일 공동단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28명으로 구성된 남측 조사단원과 30명 안팎의 북측 관계자들은 지난 7일부터 금강산역에서 안변역까지는 버스로, 안변역에서 두만강역까지는 경의선 조사를 위해 북한지역으로 보냈던 남측 열차와 북측 열차로 이동하며 동해선 북측 철로와 시설 등을 점검했다. 버스로 조사가 진행된 금강산∼안변 구간에 대해서 임과장은 “1997년도에 궤도 공사를 한 뒤 20년이 지나 노후화가 많이 됐다”며 “특히 교량이나 터널 10㎞ 부분 정도가 굉장히 노후화돼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경의선 철도 현지조사를 위해 조사단이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출발하고 있다. 28명의 조사단은 지난 5일 귀환했고, 열차는 평라선(평양~나진)을 이용해 동해선으로 옮겨져 동해선 조사단을 태우고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달 30일 경의선 철도 현지조사를 위해 조사단이 경기 파주 도라산역을 출발하고 있다. 28명의 조사단은 지난 5일 귀환했고, 열차는 평라선(평양~나진)을 이용해 동해선으로 옮겨져 동해선 조사단을 태우고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해당 노선에서는 일부 구간에서 필요할 때만 열차가 다닐 수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측 당국은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동해선 전체 구간을 열차로 운행하며 현장 실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강산~안변 구간의 일부 철로가 태풍이나 산사태 등으로 유실돼 열차 운행이 어렵다는 북측의 설명에 따라 이 구간(금강산~안변)은 버스로 이동하며 필요한 곳에 정차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재 안변 남쪽으로는 열차가 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의, 동해선 열차 이동 경로 [자료 통일부]

경의, 동해선 열차 이동 경로 [자료 통일부]

남북은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경의선 구간(400㎞)의 현지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구간 일부구간에선 60㎞안팎으로 운행했지만, 평균 시속 20~30㎞이상으로 달리가 어려울 정도로 노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북한지역의 철로와 도로를 이용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위해선 대대적인 북한 지역 교통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임 과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내년 초부터 구체적인 추가 조사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북측과) 서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각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지역 철도ㆍ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로와 철로 현대화 공사를 위해선 대규모의 장비와 자재 반출(북한으로 반입)이 필요한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철로 현대화와 착공식을 위해 대북제재를 면제받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성=공동취재단,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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