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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하루에 100건 모두 '무죄 취지' 판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 중 열린 감옥 퍼포먼스 옆으로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 중 열린 감옥 퍼포먼스 옆으로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13일 하루에만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병역법 위반 사건 100건을 모두 파기환송했다.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한 가운데 9명은 무죄, 4명만 병역법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날 성우 양지운(70)씨의 막내아들 원석(27)씨의 병역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1ㆍ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사건이지만,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파기환송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졌다.

원석씨의 아버지 양지운씨는 외화 ‘600만불의 사나이’, TV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 등에서 특유의 깊은 목소리로 인기를 얻었다.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 아들의 입대를 놓고 ‘집총 거부’ 운동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 또다른 89건 심리 중

한 달 전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양지운씨는 “자식을 3명이나 양심적 병역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던 가족 중에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감사하다”며 “반드시 사면복권 처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씨의 장남, 차남은 모두 병역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아들 3명과 달리 양씨는 병역 의무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89건으로, 이 가운데는 원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포함돼 있다.

특히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씨의 상고심 심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김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릴 경우, 한국에서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는 사례가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기환송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과 일정 수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인의 병역거부 인정" 비판도 

법조계 안팎에선 과연 양심의 진정성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범석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며 “이번 판결을 두고 ‘특정 종교인의 병역거부를 인정해주는 셈’이라는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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