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죽는 사람 안나오길"… 하청근로자 죽음에 동료들 침통

중앙일보

입력 2018.12.12 16:12

업데이트 2018.12.12 17:22

“누구 하나가 죽어야 바뀐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합니까. 용균아 너는 거기서는 정규직이야, 잘 살아.”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부모가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부모가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 지난 11일 숨진 태안화력 하청업체 근로자 고 김용균(24)씨의 사망사고 진상규명 요구하는 자리에서 그의 동료가 외친 말이다. 김씨 동료들은 “더 이상은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용균씨 부모 "대통령님 우리가 왜 이런~" 호소
김씨 동료 "용균아 너는 거기서는 정규직이야 잘살아"
경찰, 정확한 사망 경위·안전규정 준수여부 등 수사중

아들의 부검을 마치고 이 자리에 나온 김씨 부모는 아들이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아이고~ 우리 아들”이라고 오열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부모는 한동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이크를 잡은 부모는 “여기저기 서류를 들고 다니다 반년 만에 자리를 잡은 게 이곳”이라며 ”대통령님, 우리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합니까. 아들 하나만 보고 살았는데 이젠 희망이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 11일 숨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안치된 태안장례식장(상례원)에 그의 죽음을 기리는 조화가 세워져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1일 숨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안치된 태안장례식장(상례원)에 그의 죽음을 기리는 조화가 세워져 있다. 신진호 기자

부모는 이어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나. 왜 시정이 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주고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은 이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정부와 서부발전 등에 외주화 중단,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스물네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홀로 석탄 컨베이어에서 일하다 사망했는데 발견되기까지 5시간이나 지났다”며 “발전소 사고의 97%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돼 있고 사망사고도 92%가 하청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화력발전소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며 “우리는 더는 죽는 동료들을 보고 싶지 않다. 당신의 죽음이 절대로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 말했다.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앞서 김씨 동료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국회의원에게“현장을 본 직원들은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한다”며 “사고가 또 나고 또 죽는 일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회사 측이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 소속 회사이자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담당 팀장이 일부 직원에게 “언론 등 외부에서 내용을 물어보면 일절 응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다.

사고 발생 직후 1인 근무가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 간부가 사건 축소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가 난 곳은 자주 순찰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용균(24)씨가 사고 열흘 전인 1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가해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용균(24)씨가 사고 열흘 전인 1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가해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사건을 수사 중인 태안경찰서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총괄파트장과 안전과장 등을 소환,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김씨 동료 등에 대한 진술도 확보했다. 조사를 마치는 대로 담당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간 계약서를 확보, 관리책임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안전관리상 문제가 있었는지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이 핵심이다.

사고 당시 김씨가 혼자 근무한 것과 관련, 한국발전기술 측은 “인력이 부족해 해당 구간에서는 관례적으로 1명씩 근무했다”고 진술했다.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김씨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도 책임을 떠넘기며 1시간이 지나서야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한 경위도 조사 중이다.

김선경 청년민중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태안화력 청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선경 청년민중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태안화력 청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부검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간을 확인할 방침”이라며 “안전관리는 물론 원청과 하청간의 계약, 신고가 늦어진 이유 등에 대해 폭넓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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