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방어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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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상선 유상증자 후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어떻게 될까. 지난 4월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입해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논란을 일으켰던 현대중공업은 12일이나 13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상선 증자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주주 이익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M&A 의도가 없더라도 증자에 참여하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주가(9일 종가 2만2650원)가 유상증자 공모가(1만4000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증자 뒤 주가가 떨어져도 2만원선만 지켜주면 주당 6000원의 이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 우호세력인 우리사주가 증자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받음으로써 지분이 3.89%에서 8.23%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나머지 주주 지분율은 조금씩 낮아지게 된다.

이에 앞서 현 회장 측은 지난달 상선 지분 0.71%를 장내 매수한 데다, 현대그룹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성우그룹도 지난달 초 상선 지분 0.58%(60만주)를 사들인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증자 후 우호세력을 합한 지분을 계산해 보면 현대그룹 측이 38.93%로 현대중공업 측(31.46%)보다 7.47%포인트 앞선다. 현재 격차(3.1%포인트)보다 더 벌어져 증자 후 6.29%의 지분을 갖게 되는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 등이 모두 현대중공업 편에 설지라도 지분 경쟁에서 현대그룹을 이기지 못한다는 게 현대그룹 측 생각이다. 다만 증자 후 8.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현대건설이 문제다. 만일 현대중공업이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사운을 걸고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전.현직 여성 경제단체 대표들은 최근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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