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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2050년까지 360만 명 위기 처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1년 5월 11일, 중국 남서부 티베트 자치구 칭하이-티벳 철도의 모습. 이 지역은 영구동토층이 융해와 동결을 반복하는 툰드라 지대를 가로질러 열차가 운행된다. 지난 2006년 4월 개통한 이래 2011년까지 5년 동안 총 2,300만 명의 승객과 1억 2천만 톤의 물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이같은 사회기반 시설도 위험에 처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2011년 5월 11일, 중국 남서부 티베트 자치구 칭하이-티벳 철도의 모습. 이 지역은 영구동토층이 융해와 동결을 반복하는 툰드라 지대를 가로질러 열차가 운행된다. 지난 2006년 4월 개통한 이래 2011년까지 5년 동안 총 2,300만 명의 승객과 1억 2천만 톤의 물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이같은 사회기반 시설도 위험에 처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빙하 지역에 가까이 있어 연중 땅속 온도가 영하를 유지하는 곳. 짧은 여름에만 땅이 녹아 이끼와 키가 작은 식물이 자라는 곳. 바로 북극 인근의 영구동토(Permafrost) 지역이다. 대부분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이곳에도 원주민을 비롯해 약 48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북극 인근의 천연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송유관과 가스관 등 사회기반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핀란드 오울루대와 헬싱키대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진이 이 중 약 75%에 달하는 360만명의 인구가 2050년까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 속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이곳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기반시설 역시 같은 이유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인한 철도ㆍ가스관 등 기반시설 훼손, ‘현재 진행 중’

핀란드 오울루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영구동토층 융해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을 도식화 한 것. 붉은 색이 진할 수록 위험도가 높다. [자료제공=Nature Communications]

핀란드 오울루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영구동토층 융해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을 도식화 한 것. 붉은 색이 진할 수록 위험도가 높다. [자료제공=Nature Communications]

연구진은 먼저 “북극의 자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간사회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며 “그중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빙하권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이라고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깊이 15m 이하의 지표면 가까이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2050년까지 지역에 따라 최소 48%에서 최대 87%의 사회기반시설이 붕괴위험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영구동토층 위에는 공장·가스관 등 생각보다 많은 시설이 있어 잠재적 위험이 상당하다”며 “현지에서는 이미 땅 속 얼음이 녹으며 생긴 웅덩이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위험성이 높은 시설은 철도다. 연구진은 “길이 470㎞에 이르는 중국의 ’칭하이-티벳 철도(Qinghai-Tibet Railway)’와 280㎞ 길이의 지구 위 최북단 철도선 ‘옵스카야-보바넨코보 철도(Obskaya-Bovanenkovo Railway)’ 역시 해빙 위험지역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철도는 자원개발과 관광산업이 활발한 지역을 연결하고 있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와 더불어 경제적 영향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칭하이-티벳 철도의 경우 2006년 4월 개통한 이후 2011년까지 5년간 승객 총 2300만 명과 1억2000만t의 화물을 운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로스네프트사가 인수한 러시아 아친스크 정유소의 철도탱크. 2018년 7월 24일 촬영된 것으로 이들 정유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 있는 트랜스네프트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통해 납품된다. 연구진은 이런 역할을 하는 송유관 역시 영구동토층 융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7년 로스네프트사가 인수한 러시아 아친스크 정유소의 철도탱크. 2018년 7월 24일 촬영된 것으로 이들 정유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 있는 트랜스네프트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통해 납품된다. 연구진은 이런 역할을 하는 송유관 역시 영구동토층 융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철도 뿐 아니라 송유관과 가스관 역시 위험 대상이었다. 동시베리아에서 태평양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수송하는 길이 1590㎞의 ‘동시베리아 송유관(ESPO)’과 ‘알래스카 횡단 석유 수송관망(TAPS)’ 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이들은 해당 국가가 원유를 자급하거나 수출하는 데 모두 이용하는 것이어서 훼손될 경우 자원 수출입국 모두의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 역시 2010년 ESPO를 통해 최초로 총 75만 배럴의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했으며, 미국은 TAPS를 통해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의 원유를 알래스카 남부의 부동항 밸디즈까지 운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TAPS로 운반된 석유의 약 85%가 알래스카 이외의 지역에서 사용됐다.

메탄ㆍ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 영구동토층에 저장돼있어...녹으면 기후변화 가속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인간이 직접적 피해를 보는 것 외에도,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도 가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종성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는 “영구동토지대에서는 식물이 짧은 여름 동안 잠깐 자라났다가, 낮은 기온으로 썩지 않은 채 그대로 얼어서 땅속에 묻힌다”며 “이런 현상이 수백만년 간 반복되면서 영구동토층에는 온실기체로 분류되는 메탄ㆍ이산화탄소가 엄청나게 많이 매장됐다”고 밝혔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0배나 높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만큼, 이것이 방출되면 온난화가 더 심각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북미 최고봉 맥킨리봉(6194m)을 품은 알래스카 디날리 국립공원. 초록 융단을 덮어쓴 툰드라 대지 위로 맥킨리봉이 보인다. 이 지역처럼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지역은 식물이 수백만년 동안 충분히 썩지 않은 채 땅에 묻혀 방대한 메탄 가스층을 형성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20배나 강해 영구동토층 융해로 메탄이 방출될 경우,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 [중앙포토]

북미 최고봉 맥킨리봉(6194m)을 품은 알래스카 디날리 국립공원. 초록 융단을 덮어쓴 툰드라 대지 위로 맥킨리봉이 보인다. 이 지역처럼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지역은 식물이 수백만년 동안 충분히 썩지 않은 채 땅에 묻혀 방대한 메탄 가스층을 형성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20배나 강해 영구동토층 융해로 메탄이 방출될 경우,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 [중앙포토]

한편 이 같은 연구결과는 ‘연평균 지표면 온도(MAGT)’와 계절에 따라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활성층(ALTㆍActive Layer Thickness)’ 그리고 각 지역의 강수량ㆍ토양 구성ㆍ위성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됐다. 이 요소로 모델을 만들어, 온실기체 배출 정도에 따라 영구동토층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결과를 예측한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수준으로 온실기체가 계속 배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RCPs 8.5와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는 RCPs 2.6의 중간단계인 ‘RCPs 4.5’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050년까지의 영향을 예측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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